우한 교민 긴급연결 "짐 두고 몸만 갑니다…격리 조치 당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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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옷가지만 가져 가고...짐은 다 두고 몸만 갔다 올 겁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 확산에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汉)시에 사는 교민들을 데려오기 위해 전세기를 띄우겠다는 결정이 나온 28일. 2년째 우한에 거주 중인 한국인 김모씨(53ㆍ가명)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회사 문제 때문에 “상황이 정상화되는 대로 빨리 (우한으로) 돌아오려고 한다”며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이날 김씨와의 인터뷰는 익명으로 진행됐다. 우한 교민들의 인터뷰가 언론에 실릴 때마다 ‘전염병을 한국에 옮기지 말라’는 등 인신공격성 댓글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한국 언론 보도에 민감해하면서 언론노출 부담이 더 커진 측면도 있다. 우한 교민들이 마련한 단체 대화방에선 ‘언론에 절대 인터뷰를 해선 안 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지난 24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대학 중난병원의 집중치료실에서 보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4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대학 중난병원의 집중치료실에서 보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전세기 투입 결정 후 총영사관의 전세기 탑승 안내가 있었는지 묻자 김씨는 “전세기를 30일이나 31일에 띄운다는 안내를 받았다”며 “700여 명이 동시에 움직이다 보니 안내 사항이 많은데 아직 세세하게 보진 못했다”고 말헀다.

그러면서도 “불안감에 교민들 대부분이 전세기를 타고 한국에 가고 싶어한다”며 “정부 지침대로 (전세기가)운용된다면 (감염) 문제가 더 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우한에 남은 한국인은 500여 명으로 추정됐으나 전세기 탑승 인원은 600여 명까지 추산되고 있는 상태다.

중국 국적인 사람은 전세기에 탈 수 없다는 점에 대해 김씨는 “일부 교민들이 중국인과 결혼하면서 가족이 함께 들어갈 수 없다는 점 때문에 귀국을 포기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며 “일부 교민들이 불만을 가진 것 같지만 현재로썬 별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에 돌아간 뒤 보호 시설에 들어가는 문제와 관련해선 오히려 당연하다는 반응이었다. 김씨는 “한국에 돌아간 뒤 곧바로 약 보름간 격리되는 것에 대해선 거부감은 없다. 격리 조치되는 게 당연하다”고 되풀이해서 말했다. 국내에 감염위험이 더 퍼져선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가족들과 주변 교민들도 같은 생각이라고 했다.

국내 일부 네티즌들이 우한 교민들의 입국을 비난하거나 격리하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에 대해선 “국가에서 지정한 곳에서 격리조치돼서 검사를 받으니 큰 문제가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도 말했다.

김태호 기자 kim.taeho@joongang.co.kr
영상=우수진 woo.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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