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뚝 떨어지는 경제 기초체력…OECD 추산 잠재성장률 10년새 1.4%p 낮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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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대 초ㆍ중반대로 떨어졌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분석이 나왔다. 잠재성장률은 노동력, 자본과 같은 생산 요소를 최대한 활용해 경기 과열을 초래하지 않고 이뤄낼 수 있는 성장률이다. 국가 경제의 기초 체력을 보여준다.

서울 명동거리 모습.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뉴스1]

서울 명동거리 모습.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뉴스1]

28일 OECD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올해 2.5%로 추산됐다. 1년 전(2.7%)보다 0.2%포인트 떨어졌다. 10년 전인 2010년(3.9%)에 비하면 1.4%포인트 낮은 수치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09년 3.8%로 처음 3%대로 떨어진 이후 2018년에 2.9%로 낮아지며 2%대로 들어섰다. 이후로도 하락세는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와 올해 각각 전년 대비 0.2%포인트씩 낮아졌다. 내년 잠재성장률 추산치도 2.4%로 올해보다 0.1%포인트 낮다. 잠재성장률이 3%대에서 2%대로 내려앉는 데 9년(2009∼2018년)이 걸렸는데, 2%대에서 1%대로 떨어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이보다 짧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혁신 부진, 서비스업 생산성 정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하락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거로 풀이된다.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2017년을 기점으로 계속해서 줄어들 전망이다. 한국 경제의 생산성 향상 속도도 느려지고 있다. 미국 경제연구기관인 콘퍼런스 보드에 따르면 한국의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은 2017년 1.2%에서 2018년 0.5%로 하락했다. 총요소생산성은 노동과 자본의 투입량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가가치의 증가분을 의미한다. 생산과정에서의 혁신과 관련 깊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그래픽=신재민 기자

실질 성장률은 낮아지는 잠재 성장률에도 못 미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다. OECD 추산 잠재성장률 대비 0.7%포인트나 낮다. 올해 정부의 성장률 목표(2.4%)를 달성한다고 해도 잠재성장률을 밑돈다.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면서 정부의 확장 재정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같은 통화 정책의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지난해 나랏돈을 쏟아부어 당장의 성장률을 끌어올렸지만, 부가가치 창출은 극히 미미하다”며 “민간 투자 활성화를 위한 투자 여건 개선에 적극 나서야 미래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수출·굴뚝 산업 위주의 경제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잠재성장률 하락세를 돌리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세계 경제가 고부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한국은 수출 중심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라며 “4차 산업 혁명이 급속도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어 잠재성장률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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