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입국 금지 청원 50만명 돌파...3월 시진핑 방한도 미뤄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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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폐렴의 여파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일정이 연기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한 뒤 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한 뒤 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는 지난해 12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ㆍ중 정상회담에서 올해 1분기(3월)에 시 주석의 단독 방한을 요청했다. 구체적인 방한 일정은 외교 채널을 통해 협의 중이다. 그러나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차단을 위해 정부가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시 주석의 방한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게 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우한 폐렴 사태 수습에 매진하고 있는 시 주석의 입장을 고려하더라도 3월 내 방한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28일 “현재로썬 시 주석 방한이 연기될 것 같다는 의견이 다수”라며 “상반기 방한 가능성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당초 시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올해를 지난 2016년 사드(THAAD) 사태 이후 얼어붙은 한·중 관계를 회복하는 기회로 삼겠다는 구상이었다. 시 주석이 3월 안에 일본보다 한국을 먼저 찾아 한한령(限韓令ㆍ한류 규제) 해제 등의 선물을 안길 경우 이는 4월 총선에 어느 정도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그러나 국내서도 우한 폐렴 4번째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확산 세를 보이면서 돌발 변수가 생겼다. 지난 23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 청원은 28일 현재 5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상태다. 청와대 일각에선 “국내서 우한 폐렴을 제대로 못 잡으면 4월 총선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과거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와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국민의 심리적 불안감을 잠재우는 것이 우선이란 이야기다.

당장 중국에서도 당초 4월 초로 예정됐던 시 주석의 일본 국빈 방문이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일본 산케이 신문은 28일 베이징(北京)발 기사에서 우한 폐렴이 시 주석의 국빈 방일 등 주요 외교ㆍ정치 일정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산케이는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2단계 무역 협상을 개시하는 것에 맞춰 방중 의사를 밝혔지만, 중국 정부가 우한 폐렴 사태로 트럼프 대통령을 맞아들일 여력이 있는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국은 지난 2003년 사스 사태가 터졌을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같은 해 7월 외국 국가 원수로서는 가장 먼저 중국을 방문해 열렬한 환호를 받은 적이 있다. 이번 우한 폐렴 사태와는 반대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당시 청와대도 대통령 방중 연기를 검토했으나 노 전 대통령이 “사스가 방중 이전에 통제될 것으로 확신한다”는 당시 김하중 주중 대사의 건의를 받아들여 예정대로 방중이 이뤄졌다.

그러나 우한 폐렴의 확산 속도가 사스의 전염 속도를 뛰어넘은 상황인 데다 조기 차단이 중요한 단계인 만큼 2003년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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