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금혼의 역사] 46년 조혼 막으려 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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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1946년 만들어진 이화여대의 금혼학칙은 당시의 조혼 풍습에서 여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덕규 이대 홍보실장은 "방학 때 고향으로 돌아갔던 학생들이 부모의 강권에 못 이겨 결혼한 뒤 학교로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며 "금혼 학칙이 결혼을 미룰 수 있는 빌미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이 같은 학칙을 두었다"고 제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대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결혼으로 인해 제적된 학생은 총 12명. 그러나 다수의 경우는 결혼 후 스스로 학교를 나오지 않아 무단 결석 등의 사유로 제적돼 정확한 수는 알 길이 없다.

금혼 학칙으로 제적된 것으로 알려진 유명인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 의예과 2학년 때 결혼해 학업을 중단해야 했다. 반면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는 4학년 때 결혼하고도 주위의 배려로 무사히(?) 졸업장을 받았다.

세월이 흐르면서 금혼 학칙은 학생을 억압하는 굴레가 됐다. 1995년 9월에는 총학생회가 금혼조항의 개정을 요구하는 대자보를 붙이기도 했다. 제정 57년 만에 금혼 학칙이 폐지된 것은 지난해 11월 한 여대생(19)이 "입학 자격을 미혼으로 규정하고 재학 중 결혼한 학생을 제적토록 한 것은 평등권을 침해하는 일"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에 따라 이대는 올 1월 금혼 학칙을 폐지하고 5월엔 결혼으로 제적됐던 학생들의 재입학을 허용했다. 올 9월에 재입학을 신청한 학생은 모두 21명. 이중 사범대 소속 한명만이 여석이 없어 다음 학기에 입학이 허용됐다.

이실장은 "앞으로 3학기 동안 재입학생을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대는 오는 21일 재입학 공고를 내고 11월 17~21일 신청받을 예정이다.

문경란 여성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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