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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아가 보호비 갈취하듯…미국, 동맹국 한국 위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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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트럼프 ‘아메리카 퍼스트’ 3년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정책에 세계는 몸살을 앓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의 경찰’이던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 들어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앞장서서 파괴하며 지구촌은 불확실성의 시대를 맞았다. 동맹을 무시하고 미국의 이익만 앞세우는 트럼프 정권에 대해 세계 각국은 자국 상황에 맞춰 대응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대응 방안은 한국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미국 대선의 해인 2020년 미국의 움직임과 이에 맞서는 중국·일본의 대응 방향을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알아본다.

아이켄베리 프린스턴대 교수 #스스로 만든 자유주의 질서 파괴 #미국은 국제질서 가장 큰 도전자 #외교정책 전략 없고 오직 충동뿐

트럼프

트럼프

“미국이 스스로 만든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파괴하는 무질서의 시대에 진입했다.” 존 아이켄베리(66·국제정치학) 미국 프린스턴대 석좌교수는 지난 17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지금 국제 질서의 가장 큰 도전은 미국이며, 그래서 우리는 곤혹스럽고 불안하다”고 말했다. 새해 초 미국·이란 군사적 충돌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격추돼 탑승한 176명이 모두 사망한 데 대해 그는 “쇠퇴와 혼돈의 계절이 왔지만 새로운 제도와 질서를 건설할 진정한 정치 계절에 이르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비판했다. “외교정책에 전략은 없고 오직 충동과 오바마 정부에 대한 거부뿐”이라며 “소득 불평등을 치유할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 백인 중산층과 중부 주민의 비백인 이민자에 대한 증오와 분열, 공포를 부추긴다.”

중국에 대해서도 워싱턴의 보수적 강경파와는 다른 처방을 했다. “(미·소 냉전 때 같은) 봉쇄는 가능하지도, 현명하지도 않다”며 “우리 자신의 정치·경제 체제를 개혁하고 강화해 중국보다 더 나은 모델임을 보여주는 데 주력해야 한다.”

자유주의 국제정치학을 대표하는 그는 “덜 미국적이라 해도 다자주의와 자유무역, 국제기구와 국제법, 동맹·동반자 관계로 이뤄진 국제 질서를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켄베리 교수는 경희대 석좌교수(Eminent Scholar)이기도하다. 일문일답.

아이켄베리 프린스턴대 교수

아이켄베리 프린스턴대 교수

지금은 과도기적 혼란인가.
“‘무질서의 시대(age of disorder)’로 들어서고 있다. 분열과 해체, 부패, 대중적 반발과 민족주의적 격변, 다극 경쟁이란 무질서를 지나면 도대체 무엇이 나타날지 분명하지 않다. 당분간 이런 시기가 계속될 것이지만,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를 재구성할 가능성은 있다.”
새해 지역·글로벌 차원의 가장 큰 도전은.
“가장 중요한 순간은 미 대선이다. 트럼프가 재선하면 국제 질서를 되살리는 건 아주 어려워지고 ‘용감한 신세계’로 들어갈 것이다. 트럼프 2기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탈퇴하거나 동아시아 안보 공약을 재고할 수도 있다. 반대로 새 대통령이 탄생해 무역과 동맹, 다자주의, 모든 국제적 약속과 제도, 동반자 관계를 재확인할 수도 있다.”
트럼프는 동맹이 미국을 이용한다고 비판한다.
“미국은 세계 역사에서 동맹을 맺는 유일한 위대한 강국이다. 동북아는 미국에 좋은 일이 한국·일본은 물론 지역 전체에 좋은 동맹의 성공 사례다.”
폼페이오·에스퍼 국무·국방장관이 한국에 방위비 분담을 압박한다.
“미국 지도자들이 ‘내가 정한 돈을 내면, 보호해 줄게’라며 보호비를 갈취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동맹을 괴롭히는 행동으로, 마피아가 하는 방식이다. 한국과의 강한 유대는 1억 달러, 10억 달러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한·미 동맹을 통해 동북아 발언권과 지역 안정이라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이익을 얻는다.”
북한·이란에 최대 압박만 보이고 목표가 모호하다
“맞다. 정권 교체를 위한 건지, 억제가 목표인지 모호하고 역효과를 낳는다. 압박으로 강경노선을 포기할 것이란 건 환상이다. 핵 개발을 막으려면 협상을 통해 합의해야지, 강압으론 할 수 없다. 트럼프가 내일 무슨 생각을 할지 모르는데 북한이나 이란이 합의하겠는가.”

프린스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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