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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檢 격돌에 설 민심 술렁···與 "윤석열 상대 총선 치를 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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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이 4.15 총선의 뇌관으로 부상했다. 연일 터져나오는 검찰발 이슈에 민주당은 국면 전환을 시도하며 본격적인 총선 채비에 나섰다. [뉴스1]

청와대·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이 4.15 총선의 뇌관으로 부상했다. 연일 터져나오는 검찰발 이슈에 민주당은 국면 전환을 시도하며 본격적인 총선 채비에 나섰다. [뉴스1]

청와대와 ‘윤석열 검찰’의 정면충돌이 79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 민심을 뒤흔들 뇌관 중 하나로 떠올랐다. 보수통합 논의와 자유한국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 창당 시도 등으로 ‘총선 지형도’가 불투명한 가운데 검찰발(發) 이슈까지 더해진 형국이다.

청와대·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임명 직후 단행된 두 차례의 좌천성 인사가 불씨가 됐다. 이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 수사팀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건너뛰고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불구속기소하고 이에 법무부가 ‘감찰 검토’ 입장을 밝히면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당 '검찰학살' 총력전

한국당은 설 연휴기간 동안 민심을 청취한 결과를 토대로 '검찰학살 규명' 카드를 꺼내들었다. 연일 터져나오는 검찰 이슈를 쟁점화하며 공세수위를 더욱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한국당은 27일 '검찰학살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검사 출신 권성동 의원이 TF위원장을 맡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진태·이은재·장제원·주광덕·정점식 의원 등이 참여한다. 권 의원은 28일 검찰학살 TF의 첫 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연휴 전인 23일 청와대가 ‘검찰 2차 대학살’을 자행했다. 대통령은 살아있는 권력도 엄정히 수사하라고 말했는데, 이번 학살 인사를 보니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꿈도 꾸지 말라는 경고였다”고 주장했다. 추 장관 주도로 진행된 두 차례의 검찰 인사를 '수사 방해'로 규정하고 총선 후 특검을 추진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심 원내대표는 "4·15 총선에서 이겨 제대로 특검할 것"이라며 "검찰을 학살한 정권의 비리를 낱낱히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민생 먼저'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7일 '설 명절 관련 민심보고' 기자간담회에서 "검찰 일은 정부에 맡기고 국회는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7일 '설 명절 관련 민심보고' 기자간담회에서 "검찰 일은 정부에 맡기고 국회는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민생'을 앞세워 검찰 이슈 확산을 진화하려는 모습이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7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검찰에서 벌어지는 일 하나하나에 정치권이 개입해 논란을 부추기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검찰 정치의 연장선이며 비정상 정치"라며 "검찰 일은 정부에 맡기고 국회는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에 대해선 2월 임시국회 소집을 통한 민생법안 처리를 요구했다. 이 원내대표는 "법사위에 (계류돼) 있는 170여개 민생법안을 2월에 다 처리해야 한다"며 "상임위별로 꼭 필요한 법들, 아직 처리 안 된 법도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 내에선 인사·수사·감찰 등 검찰 이슈가 거듭 터져 나오면서 “야당이 아니라 윤석열을 상대로 선거를 치를 판”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 한 의원은 “청와대·법무부와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커질수록 ‘변수’가 많아져 여당 입장에선 좋을 게 하나 없다. 국면 전환 없이는 자칫 각종 검찰 이슈로 한국당에 끌려다니는 선거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술렁이는 민심에 민주당 '고심' 

민주당 내부에선 검찰 이슈가 자칫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중앙포토]

민주당 내부에선 검찰 이슈가 자칫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중앙포토]

검찰 이슈는 이번 총선에 뛰어든 각 당 의원의 선거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검찰 이슈를 무시할 수도 없고, 활용하자니 민심이 어디로 튈지 가늠하기 어려워서다. 이에 따라 출마를 선언한 예비후보들은 소속정당·출마지역·선수(選數) 등에 따라 셈법이 복잡해졌다.

부산을 지역구로 둔 한 민주당 의원은 “설 연휴 때 만난 지역 유권자들은 기본적으로 체감 경기가 나빠졌다는 성토가 많았는데 법무부와 검찰 갈등을 지적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며 “검찰과 전면전을 치르는 듯한 모양새에 대해 우려하는 분들이 많았고, 저를 포함한 민주당 의원들도 많은 우려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검찰 이슈가 총선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면서도 ‘대세’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충청 지역의 한 민주당 의원은 “여러 악재 속에서도 한국당이 ‘비판을 위한 비판’에 머물고 있어 이대로라면 검찰 이슈는 큰 변수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이창수 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어느 때보다 불안하고, 또 불안한 설 연휴였다"며 "설 연휴 하루 전 정권의 2차 (검찰) 인사 폭거를 보며 국민들은 정권의 숱한 의혹이 이렇게 묻히는 것은 아닌지, 이대로 법치와 정의가 무너지는 것인지 분통을 터트렸다" 주장했다.

임장혁·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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