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Joins.com] "살려주세요" 애간장 태운 SOS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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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폭우 속의 '수퍼맨'. 장대비로 불어난 계곡물이 마을을 덮쳤다. 집과 집 사이에 급류가 흘러 고립되자 산 사나이들이 장비를 동원해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있다.

15일 오전 9시쯤부터 계곡물이 집 앞마당으로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불어난 물로 동네나 산으로 통하는 길이 막혀 버려 옥상으로 피신했다. 비는 계속 쏟아부었고 119에 긴급구조를 요청하는 전화를 수차례 했지만 출동하겠다는 답변만 되풀이됐다. 몇분 뒤에는 그마저도 끊어졌고 전화는 아예 불통됐다. 오전 11시부터는 휴대전화마저 통화가 되지 않았다.

계곡물은 계속 불어났지만 도움을 요청할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우리 집은 폭우로 생긴 강 한가운데 위치했고, 멀지 않은 야산에도 4명 정도가 피신해 있었다. 야산이라곤 하지만 언덕 정도에 불과해 옥상으로 피신한 우리 일행보다 먼저 물살에 휩쓸릴 듯해 보였다.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민박집 한 채가 물살에 파괴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민박집 주인 할머니가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 가는 것이 보였지만 손쓸 방법이 없었다.

오후 1시쯤이 되자 수위가 조금 낮아져 다른 건물로 피신할 수 있었다. 이때부터 마을을 찾았던 산악회 대원 8명이 피신하지 못한 주민들 구조활동에 나섰다. 열린캠프와 익스트림라이더 등산학교의 대원들로 매년 여름 한계 3리를 찾아 등산훈련을 하는 산악회였다. 먼저 우리집 건너편의 조립식 2층집에 피신해 있던 할아버지 두 분이 구조됐다.

산악회 대원들은 로프를 이용해 그나마 형태가 남아 있는 집의 옥상과 옥상을 건너 산중턱까지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이들은 다음 날에도 원통 시내로 나가 구호품을 마을에 전달한 뒤 서울로 떠났다. 산악회 대원들이 타고 왔던 차도 모두 물살에 떠내려가 버스를 이용했다. 한계 3리에는 60여 가구에 주민 200여 명이 살고 있다. 이번 폭우로 대부분 유실되고 형태가 남아있는 집은 8채 정도에 불과하다. 기습 폭우 당시 주민 84명 정도가 대피를 하지 못하고 고립돼 있었다.

*이 글은 강원도 인제군 한계 3리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는 네티즌 정승원씨가 15일 직접 촬영한 사진과 함께digital@joongang.co.kr>)로 보내온 것입니다. 네티즌이 만든 생생한 현장 르포입니다. 조인스는 이 글을 당일 오후 3시부터 홈페이지에 톱기사로 반영했습니다. 네티즌들의 반응이 엄청났습니다. 조인스는 앞으로도 계속 네티즌 여러분들의 좋은 글을 홈페이지 주요 부문에 과감히 게재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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