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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관광 운도 못뗐는데···우한 폐렴에 국경 막아버린 北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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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꺼내 든 북한 개별 관광 카드가 시작도 하기 전에 장애물을 만났다. 중국 후베이성(湖北省) 우한(武漢) 시에서 발원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우한 폐렴) 확진자가 22일 오전 현재 400명을 넘어서고, 사람을 통해 전파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북한이 국경 봉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북, 중국 춘절 앞두고 22일부터 사실상 국경 통제 #21일엔 중국내 북한 전문 여행사에 "여행 중단" 통보 #북한 개별 관광 추진도 전에 빨간불

강철진 보건성 국가위생검열원 처장이 '우한 폐렴'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조선중앙TV캡처]

강철진 보건성 국가위생검열원 처장이 '우한 폐렴'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조선중앙TV캡처]

북한은 최근 중국의 북한 전문 여행사 ‘인 디피알케이’(IN DPRK)와 ‘영 파이오니어 투어스’(youngpioneertours) 등에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중국인 관광객의 북한 방문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해당 여행사는 모집했던 여행객들에게 경비를 환불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22일 “중국에서 최근 신형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가 급속히 전파되면서 피해가 나고 있다”며 “전파력이 강한 전염병이 급속히 퍼지는 것과 관련하여 중국에서는 해당한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북한 지역에서 우한 폐렴의 발병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본, 한국, 미국 등 중국 외 지역에서 발병 사실이 확인되면서 북한이 22일부터 사실상 국경 봉쇄에 들어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폐렴 발원지인 중국에서 춘절을 맞아 대대적인 인구 이동이 예상되는 만큼 북한이 동북 3성 등을 통한 유입 가능성을 우려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방역체계나 의료 시설이 낙후하다”며 “그동안 전염병이 발병할 경우 사람의 이동을 막고 국경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전염병 전파를 막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북한은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과 2014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창궐했을 때 항공기와 선박의 운항을 중단하고, 신의주 등 중국과 연결된 출입사무소를 폐쇄하는 방식으로 외부와의 교류를 차단했다. 2003년 사스 사태 때 북한은 남북 장관급회담 대표단을 태우기 위해 평양 순안 공항을 방문한 국적 항공사 승무원들을 비행기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격리조치를 취한 적도 있다.

북한이 국경 봉쇄정책을 시작하면 정부가 추진하려던 제3국을 통한 개별 관광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산가족의 금강산·개성 관광, 남북한 연계 관광 등과 함께 중국 등 제3국 여행사를 통한 관광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북한이 “우한 폐렴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라는 조건을 달며 중국인 관광객까지 막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민의 중국을 통한 개별 관광은 당분간 실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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