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up] '레미콘'이 M&A시장서 뛴다…유진그룹 유경선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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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과 금융을 두 축으로 해서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하겠습니다."

서울증권 인수전에 나선 유진그룹 유경선(51.사진) 회장은 그룹의 미래를 이렇게 설명했다. 유 회장은 "대우건설 인수전은 글로벌 네트워크가 탐이 나 참가했던 것"이라며 탈락을 못내 아쉬워했다. 유진은 대우건설 입찰에 6조1000억원을 써냈으나 금호아시아나그룹(6조6000억원의 입찰가를 냄)에 역부족이었다. 그는 "대우건설의 가치와 정상적인 경영을 고려한 최대 금액을 제시한 것이어서 후회는 없다"고 했다. 유진은 대우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드림씨티방송'을 CJ그룹에 3300억원에 넘기는 등 계열사 매각으로 현금 4000억원을 모았다. 이 때문에 유진은 요즘 금융권에서 각종 컨소시엄에 참가해 달라는 러브콜을 받고 있다.

유진은 대우건설 인수에는 실패했지만 얻은 것도 많다. 이름을 널리 알렸을 뿐 아니라 내수 위주 중견기업에서 벗어나 대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리게 됐다. 유 회장은 "2010년까지 그룹 매출을 3조원으로 키우고 해외 네트워크를 늘려 가겠다"고 밝혔다. 서울증권 인수 뒤의 계획과 관련해선 "인수합병과 펀드 운용에 강점이 있는 증권사로 키워 5년 안에 업계 5위에 진입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 하반기에 벌어질 현대건설.동아건설 인수전엔 참가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들 회사가 너무 과대평가돼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대신 미국 글로벌 엔지니어링 회사의 지분을 사서 경영권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이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해외사업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유 회장은 50대의 나이에도 수영 1.5㎞, 사이클 40㎞, 마라톤 10㎞를 쉬지 않고 하는 철인 3종 경기를 즐긴다. 그는 "경기하다 보면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수십 번 든다"며 "이를 이겨내고 완주했을 때 느끼는 기쁨은 고생 끝에 성공하는 기업경영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기업을 키워 나갈 도전정신이 없는 경영자는 일선에서 은퇴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유진그룹=유진기업.유진종합개발 등 9개 계열사에 160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지난해 88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건설분야 매출이 70%를 차지하며, 특히 800여 개사가 난립한 레미콘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5%로 1위다. 올해는 매출 1조원 돌파를 목표로 세웠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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