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구조팀 "탐지기 신호 감지···매몰 추정지점 2곳 확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서 눈사태로 한국인 4명이 실종돼 수색 중이라고 외교부가 18일 밝혔다. 지난해 8월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군 히운출리 지역의 모습. [뉴스1]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서 눈사태로 한국인 4명이 실종돼 수색 중이라고 외교부가 18일 밝혔다. 지난해 8월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군 히운출리 지역의 모습. [뉴스1]

네팔 당국이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래킹 코스에서 눈사태로 실종된 한국인 교사 4명의 매몰 추정 지점을 확보했다.

네팔 간다키 프라데시주 카스키군 D 카르키 경찰서장은 20일(현지시간) 안나푸르나 인근 포카라에서 간담회를 열고 수색 상황을 발표했다.

현재 구조 지원 상황 총 책임자를 맡고 있는 카르키 서장은 "탐지 장비를 동원해 현장을 수색한 결과 두 곳에서 신호가 감지돼 빨간색 표지를 남겼다"고 밝혔다.

카르키 서장에 따르면 탐지기는 눈 속에 묻힌 실종자가 몸에 지니고 있는 휴대전화나 시계 등 장비를 감지한다. 카르키 서장은 "실종자 생존 여부는 두고 봐야겠지만 생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살아있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네팔 안나푸르나 눈사태 실종자 구조 총 책임자인 현지 카스키군의 D.B. 카르키 경찰서장이 20일 오후(현지시간) 현장지휘본부에서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네팔 안나푸르나 눈사태 실종자 구조 총 책임자인 현지 카스키군의 D.B. 카르키 경찰서장이 20일 오후(현지시간) 현장지휘본부에서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사고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을 도운 산악인 엄홍길 대장도 연합뉴스를 통해 "19일 오후 사고 현장에서 구조대 헬리콥터가 금속 탐지 장비를 활용해 수색 작업을 하던 도중 신호가 감지됐다고 전해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엄 대장에 따르면 구조대는 사고 지점에 헬리콥터를 낮게 띄워 탐지기를 작동시켰다. 이 과정에서 깜빡깜빡이는 신호가 잡혔다. 구조대는 일단 신호가 잡힌 해당 지역에 색깔 표식을 떨어뜨렸다. 이후 지상 구조대가 표식 인근을 집중적으로 수색할 계획이다.

다만 카르키 서장은 눈이 녹으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눈사태로 인해 계곡 한 방향에만 눈이 많이 쌓인 상태"라며 "한국인 포함 실종자 7명 가운데 6명은 눈이 많이 쌓인 쪽에, 나머지 한 명은 적은 곳에 매몰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구조 당국은 6명이 매몰된 것으로 보이는 지점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와 현지 주민에 따르면 눈이 많이 쌓인 지역은 햇볕이 매일 잘 든다 해도 한 달 또는 한 달 이상이 걸릴 수 있다"고 카르키 서장은 설명했다.

눈이 적게 쌓인 쪽은 1~2주면 녹아 실종자가 발견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협곡에 눈이 쌓여 실종자를 쉽게 구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서 산사태를 만나 실종된 한국인 교사 4명에 대한 수색 작업이 나흘째를 맞고 있다. 사진은 20일 사고 현장 모습. [네팔구조당국=연합뉴스]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서 산사태를 만나 실종된 한국인 교사 4명에 대한 수색 작업이 나흘째를 맞고 있다. 사진은 20일 사고 현장 모습. [네팔구조당국=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앞으로의 날씨다.

카르키 서장은 "날씨가 걱정" 이라며 "현재도 눈사태가 계속 일어나고 있고, 당장 21일부터 날씨가 안 좋아진다는 예보가 나왔다"고 우려했다.

지난 19일 사고 현장에서는 실종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재킷도 발견됐다.

카르키 서장은 "19일 수색 도중 수색팀이 현장에서 40m 떨어진 곳에서 빨간색 비닐봉지를 발견했고 이보다 가까운 지역에서는 노란색으로 보이는 물품도 봤다"고 말했다.

카르키 서장은 "구조가 시급하다는 점을 네팔 정부도 잘 알고 있다"며 "네팔 정부는 할 수 있는 것은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팔 당국은 좋은 날씨가 이어지면 현장에 주민 등 많은 인력을 동원하는 동시에 중앙정부·경찰청·내무부·외교부 등 여러 정부 기관이 구조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충남교육청 소속 교사 4명은 지난 17일 오전 안나푸르나 데우랄리(해발 3230m)에서 하산하던 중 네팔인 가이드 2명과 함께 눈사태에 휩쓸려 실종됐다. 다른 그룹 소속 네팔인 가이드 1명도 함께 실종됐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