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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곤의동물병원25시] 위험천만 과일 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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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여름엔 맛난 과일들이 참 많다. 가족들이 옹기종기 둘러앉아 과일을 먹을 땐 우리 강아지들도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개들은 비타민C를 섭취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과일이 영양학적으로 크게 유용하진 않다. 다만 새콤달콤한 과일을 맛보게 하는 즐거움이 있으니 굳이 말릴 것까지는 없다 하겠다. 그렇더라도 몇 가지 조심은 해야 한다.

자두.복숭아 같은 과일은 과육 자체는 괜찮으나 딱딱하고 큰 씨가 문제다. 특히 자두 씨에는 매끈거리는 과육이 붙어 있어 강아지들이 그냥 꿀꺽 삼키기 쉽다. 물론 씨를 먹었다고 반드시 문제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체중이 6~7kg이 넘어 가는 큰 개는 장 굵기가 충분해 변으로 배설이 가능하다. 문제는 4~5kg 미만의 작은 개들. 자칫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씨가 위에 있을 때는 대개 무증상이나, 더 내려가 장을 막아버리면 복통.구토.설사 등이 나타나게 된다. 이때엔 딴 방법이 없다. 수술로 씨를 제거해야 한다.

몇 년 전 2kg 정도의 작은 요크셔테리어가 자두 씨를 삼켜 우리 병원에 왔다. 엑스선 검사를 해보니 씨가 아직 위 속에 있었다. 구토를 유발하는 물을 먹여 보았으나 묵묵부답. 장으로 넘어가면 수술이 더 힘들어지므로 위 절개술을 하려 했다. 문제는 강아지에게 아무 증상도 없다는 것. 식욕과 배변 상태 등이 양호하자 보호자는 수술을 반대했다. 그리고 한 달여. 그 강아지가 밥을 먹지 않고 자꾸 토해 병원에 왔다. 역시 그 자두 씨가 장을 막은 것이었다. 포도도 위험하다. 포도에는 신장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독소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과일 외에도 개에게 주어선 안 되는 음식들이 있다. 조류 뼈나 생선 가시 등은 위나 장 벽을 손상시킬 수 있다. 초콜릿은 중독을 일으켜 생명을 앗아가기도 한다. 개들에겐 우유의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가 없어 설사를 잘 일으킨다. 간혹 우유를 먹어도 문제 없는 개들이 있는데 이때는 먹여도 된다. 쥐포나 오징어 같은 것들은 뱃속에서 불어, 장을 막거나 위를 자극해 구토를 유발한다. 파와 양파는 개의 적혈구를 파괴한다. 어패류는 소화가 안 된다. 사람이 먹는 향신료나 조미료가 많이 든 음식도 위염이나 구토.설사의 원인이 된다.

이 외에도 개들에게 주어선 안 되는 음식들은 아주 많다. 그 많은 금기들을 어떻게 다 기억하나 답답할 정도다. 하지만 걱정할 것 없다. 딱 하나만 제대로 기억하면 된다. '개에겐 개용 사료와 간식만 먹인다. 망설여지는 음식은 먹이지 않는다'.

박대곤 수 동물원장 (www.petclin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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