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직격타 맞은 국내車…금융위기후 첫 생산 400만대 붕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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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자동차 생산 규모가 400만대를 밑돌았다. 연 생산량 400만대가 무너진 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있던 2009년 이후 10년 만이다. 한국GM 등 국내 생산업체가 극심한 노사 갈등을 빚은 데다 르노 삼성 자동차의 위탁 생산이 감소한 영향이다.

지난 6월 12일 오후 부산 강서구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 6월 12일 오후 부산 강서구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완성차 생산, 7만8000대 감소 

16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9년 12월 국내 자동차 산업 월간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완성자 업체의 국내 생산 규모는 395만1000대로 1년 전보다 7만8000대(1.9%) 줄었다. 12월 한 달 생산량만 보면 33만7504대로 전년 동월보다 5.4% 감소했다.

노사갈등, 생산량 감소 영향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이 13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사측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이 13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사측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완성차 생산 부진은 한국GM·르노삼성 등 국내 자동차 업체의 생산이 줄어든 탓이 컸다. 전체 생산 감소량 중 한국GM과 르노 삼성의 감소량이 92.6%를 차지했다. 지난해 한국GM의 생산량은 7만대로 전년(10만7000대)보다 34.5% 감소했다. 르노 삼성은 41만대를 생산해 전년(44만5000대)보다 7.9% 생산량이 줄었다.

지난해 완성차 업체의 노사 갈등이 생산량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국GM은 재작년 군산공장 폐쇄 사태 이후 2019년 임금단체협상을 놓고 장기간 갈등을 겪다, 지난해 8월 노조가 한 달 넘게 부분·전면파업에 돌입한 바 있다.

르노 삼성은 지난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이유로 2018년 10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총 312시간의 전면·부분 파업을 반복했다. 다음달 노사가 상생협약을 체결했지만, 지난달 20일 노조가 다시 임단협 관련 부분파업에 돌입하는 등 파업이 장기화하는 양상이다. 여기에 지난해 연말 기아자동차도 파업을 하면서 12월 한 달만 생산량이 1만6000대 이상 감소했다.

신차 부족에 일본 차 불매까지…내수·수출량도 감소

내수도 감소했다. 국내 업체의 생산 차질에 국산차 판매가 줄고, 일본 차 불매 운동 등 수입차 판매 부진이 겹친 탓이다. 지난해 내수 시장에서 국산 차 판매는 151만8000대로 1% 줄었다. 수입차 판매는 26만3000대로 전년보다 6.4% 줄어 국산 차보다 더 부진했다. 일본 수출규제가 본격화한 하반기, 렉서스 등 일본브랜드 5종의 판매량이 1만3179대로 재작년보다 45% 급감한 영향이다.

수출량은 줄었지만, 수출액은 올랐다. 지난해 완성차 수출량은 전년 대비 1.9% 감소한 240만2000대를 기록했다. 르노 삼성의 닛산 로그 위탁생산 종료에 따른 수출물량이 줄어든 데다 한국 GM의 유럽 수출이 중단된 탓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고가인 전기차 등 친환경 차 수출량은 늘어 전체 자동차 수출금액은 전년보다 5.3% 증가한 430억7000만 달러(50조원)를 기록했다. 2015년(452억 달러)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다.

자동차부품 수출은 미·중 무역분쟁과 유로존 경기 위축 등으로 전년 대비 2.5% 감소한 225억5000만 달러에 그쳤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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