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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일자리가 쌓아올린 고용지표…경제 주축 30·40대 취업자는 21만명 줄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고용지표는 연말로 갈수록 양과 질 측면에서 큰 폭의 회복세를 보인 ‘일자리 반등의 해’ 였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혁신성장전략회의를 통해 지난해 고용 상황을 이같이 평가했다. 지난해 취업자 증가 규모 30만명대 회복, 22년 만에 최고 고용률 등 외형적으로 호전된 건 맞다. 하지만 '큰 폭의 회복세'라고 하기엔 뼈아픈 수치가 이면에 자리 잡고 있다. ‘경제 허리’로 불리는 30·40대 취업자 수가 장기간 동반 감소하고, 제조업·금융보험업 등 양질의 일자리는 줄었다. 취업자 증가는 나랏돈이 들어간 노인 일자리가 견인했다.

2019년 40대·60대 고용률.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2019년 40대·60대 고용률.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취업자 30만 증가…고용, 외형적 개선

통계청이 이날 내놓은  ‘2019년 12월 및 연간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30만1000명 늘었다. 지난해 12월 한 달만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보다 51만6000명 늘며 5년 4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을 보였다.

연간 고용률은 전년보다 0.2%포인트 상승한 60.9%로 2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업률은 3.8%로 2001년 이후 두 번째로 높았던 지난해와 동일했다. 외형적으로는 3대 고용지표(취업자 수·고용률·실업률) 중 2개가 개선되는 양상이다.

노인 일자리, 사상 최대로 증가하는 사이…40대는 28년 만에 최저

인구 감소율 보다 큰 40대 취업자 감소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인구 감소율 보다 큰 40대 취업자 감소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자세히 보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만은 없다. 고용 훈풍에 기여한 주력은 한창 현업에서 일할 30·40대가 아닌 60세 이상 취업자였다. 지난해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37만7000명이다. 전체 취업자 증가 수(30만1000명)를 훌쩍 뛰어넘는다. 60세 이상 취업자 증가 폭은 1963년 통계작성 이래 최고 수준이다. 어린이 등하교 도우미, 골목길 담배꽁초 줍기 등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만든 노인 일자리가 효과를 낸 영향이다.

반면 40대 취업자는 16만2000명 감소하며 1991년 이후 28년 만에 가장 많이 줄어들었다. 30대 취업자 수도 1년 전보다 5만3000명 감소했다. 30·40대 취업자 수는 2017년 10월 이후 지난해 11월까지 25개월 연속 동반 감소했다. 40대의 경우, 전반적인 인구 감소를 고려하더라도 고용 절벽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40대 인구는 1년 전보다 13만7000명(1.2%) 줄었지만, 취업자 수는 이보다 많은 16만2000명(1.9%)이 줄었다.

고용의 질 개선됐다 보기 어려워…나 홀로 자영업도 증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19년 고용동향 및 정책방향 관련 합동브리핑에서 브리핑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19년 고용동향 및 정책방향 관련 합동브리핑에서 브리핑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고용의 질이 높아졌다는 근거도 희박하다. ‘좋은 일자리’로 분류되는 제조업·금융업 등의 일자리가 줄어들어서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8만1000명(1.8%) 감소하며 21개월 연속 내리막을 걷고 있다. 금융 및 보험업 역시 4만명(4.7%) 줄었다. 역시 12개월 연속 감소세다.

또 주당 취업 시간이 1~17시간인 초단시간 근로자는 30만1000명(19.8%) 늘었다. 1980년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반면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10만5000명(0.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초단시간 취업자 증가는 재정 일자리가 증가한 영향으로 보이지만 20대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순현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20대 가운데 1∼17시간 취업자가 7만명 증가했다”며 “주로 음식·숙박이나 스포츠·예술 등의 산업에서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주 15시간 이상 근무할 경우 주휴수당을 지급)으로 근무 시간을 줄이는 '쪼개기 아르바이트' 관행이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홍 부총리는 “노동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업 취약계층인 청년·여성·고령자 취업이 증가하며 나타난 현상”이라며 “학업·육아 등을 일과 병행하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단시간 근로를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원을 없애는 자영업자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한 해 고용원을 두지 않은 ‘나 홀로 자영업자’는 총 406만8000명으로 전년보다 8만1000명(2%) 증가했다. 반대로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153만8000명으로 11만4000명(6.9%) 감소했다.

전문가, "민간 고용 늘리는데 초점 맞춰야" 

전문가들은 지난해 고용 지표 개선에 상당 부분 '착시효과'가 포함돼 있다고 진단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취업자 수와 고용률이 개선됐다지만 이는 비경제활동 인구였던 노인 인구 등이 단기 일자리를 시작하며 경제활동인구로 편입한 효과”라며 “실업률은 3.8%로 지난해와 똑같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업자가 취업자로 바뀐 것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성 교수는 “결국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민간의 고용을 늘려야 한다”며 “성과와 연동된 임금 체계를 도입하는 등 기업의 고용부담을 줄이고 노동 유연성을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녀 교육비 등 한창 소비할 나이인 40대가 취업자가 줄면 생산·소비 등 경제 전반이 무너질 염려가 있다”며 “40대 제조업 종사자가 '기술 창업'을 할 경우 재교육 등 지원을 통해 창업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재 주조·금형 등 뿌리 산업의 경우 대기업에서 협력업체로 파견이 금지돼 있는데 이를 완화해 등 대기업·협력업체의 생산성 향상에도 주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종=허정원·임성빈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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