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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도 의아한 박원순의 제안 "남북올림픽 위해 한미훈련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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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한 박원순 시장이 13일(현지 시각) 오후 외교, 안보 분야 싱크탱크인 ‘미국외교협회(CFR)’ 초청 좌담회에서 ‘평화를 향한 서울의 전진’을 주제로 연설했다. [사진 서울시]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한 박원순 시장이 13일(현지 시각) 오후 외교, 안보 분야 싱크탱크인 ‘미국외교협회(CFR)’ 초청 좌담회에서 ‘평화를 향한 서울의 전진’을 주제로 연설했다. [사진 서울시]

미국 순방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2032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유치를 위해 한·미 군사훈련을 잠정 중단하자”고 제안했다. 13일(현지 시각) 오후 미국외교협회(CFR) 초청 좌담회에서다. 행사는 워싱턴 D.C.에 있는 협회 워싱턴사무소에서 열렸다.

7~16일 미국 3개 도시 순방

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올 7월 도쿄올림픽의 평화적 개최를 위해 지금부터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까지 한반도에서 한·미 군사훈련을 잠정 중단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남북 정상이 합의한 2032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유치 여부가 2021~22년쯤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한미 군사훈련 연기 선례를 들어 이같이 말했다.

순방 중 미국외교협회서 연설 

2018년 9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발표한 평양 공동선언문에는 ‘남과 북은 2020년 하계올림픽을 비롯한 국제경기에 공동으로 적극 진출하며 2032년 하계올림픽의 남북 공동개최를 유치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는 조항이 있다.

좌담회 전날 박 시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제안 내용을 사전 공개하면서 “이와 관련해 청와대와 교감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시장이 왜 이런 제안을 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남북 갈등이 깊어지면 ‘서울 디스카운트’로 관광·투자에 영향을 받는 데다 남북관계가 불안정하고 비협력적인 현 상황에서 공동올림픽 유치활동을 해야 하는 서울시가 절체절명의 이해관계에 놓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7일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가 반드시 실현되도록 지속적인 스포츠 교류를 통해 힘을 모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지방자치체장으로서뿐 아니라 여당 소속 정치 지도자로서 정부 기조에 맞춰 남북문제에 관한 의견을 적극 밝힌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시장이 ‘미국외교협회’ 초청 연설에 나선 것은 2014년에 이어 두 번째다. 이곳에서 연설한 인물로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등이 있다. [사진 서울시]

박원순 시장이 ‘미국외교협회’ 초청 연설에 나선 것은 2014년에 이어 두 번째다. 이곳에서 연설한 인물로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등이 있다. [사진 서울시]

“청와대와 사전 교감 없었다” 

박 시장은 좌담회에서 이 외에도 대북 제재의 변화, 방위비 분담금의 합리적 조정을 함께 제안했다. 그는 “지난해 5월 서울시가 지자체 최초로 북한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UN 세계식량계획(WFP)에 100만 달러를 공여했지만 미국 대북 제재를 걱정하는 국내 은행들이 송금을 거부했다”며 “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5배 인상 같은 미국의 과도한 요구는 한국 국민에게 반감을 키우는 요인이 된다”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다만 박 시장은 “대북 제재에 대한 UN 결의를 존중하며 군사훈련 중단은 잠정적인 것”이라며 “북한이 더 심각한 갈등을 유발한다면 이런 제안은 금방 효력을 잃을 것”이라고 전제했다. 또 서울시는 한반도 평화 조성을 위해 대동강 수질 개선 협력사업, 공동 올림픽 개최 등의 다양한 인도적 지원과 문화·체육 교류를 위해 남북협력기금 4027만 달러를 확보했으며 서울에서 제18차 노벨평화상 수상자 월드서밋이 열리는 올 10월 중순을 평화주간으로 정하겠다고 밝혔다.

대북 제재 변화 등도 제안 

스콧 스나이더 CFR 선임연구원은 군사훈련 잠정 중단 제안에 “과거 미 국방부장관이 공군훈련을 유보한 비슷한 사례에서 근본적 변화를 일으키진 못했지만 박 시장 제안이 북미협상에 변화를 줄 잠재력은 있다고 본다”면서도 남북 공동 올림픽 개최 가능성에 관해서는 “북한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현재 남북한 대화가 없어 유치운동이 어렵지 않으냐”는 협회 측 질문에 “공동올림픽이 가져올 한반도 평화의 큰 결과를 예상한다면 공동 유치 노력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며 다소 추상적으로 답변했다.

미 외교협회는 1921년 설립된 독립 외교·안보 정책 싱크탱크로 미 국무부 정책기획관 등을 지낸 리처드 하스가 협회장이며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 등이 이사회 소속이다.

워싱턴 D.C.(미국)=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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