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동현 전 검사장의 일침 "이성윤, 사람에게 충성하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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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의 취임식. 오종택 기자

이성윤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의 취임식. 오종택 기자

석동현(60‧사법연수원 15기) 전 서울동부지검장이 이성윤(58·23기)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을 향해 “사람에 충성하기보다 검찰의 존재 이유를 생각해달라”고 썼다. 이들은 과거 서울동부지검에서 각각 검사장과 부장검사로 함께 몸담은 인연이 있다. 그러나 부하 검사의 성추문이 불거지면서 석 당시 지검장이 옷을 벗었다.

석동현 “검찰 미래 생각해달라”

석동현 변호사[뉴스1]

석동현 변호사[뉴스1]

석 전 지검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 지검장을 향해 “사람에 충성하기보다 검찰이라는 국가기관의 존재이유, 그리고 검찰이 거쳐 온 역사와 미래를 생각해주기를 진정으로 바란다”고 썼다. 석 전 지검장은 청와대 하명 수사로 울산시장 선거에서 낙선했다고 주장하는 김기현(61) 전 울산시장의 법률 대리를 맡고 있다.

그는 “현재 검찰은 ‘개혁’이란 명분으로 정치권력에 의해 조직과 기능이 난도질 당하고 있다”며 “대통령까지도 연루 될 수 있는 중요사건 수사가 바로 이 지검장이 취임한 기관에서 진행 중에 부임했다”고 적었다. 이어 “검찰의 명운이 윤석열 총장과 함께 이 지검장의 어깨에도 놓인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지검장 석동현-부장 이성윤 인연은?

여성 피의자와 부적절한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기소된 '성추문 검사' 전모(32)씨가 징역 2년의 실형을 확정판결 받았다. [연합뉴스]

여성 피의자와 부적절한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기소된 '성추문 검사' 전모(32)씨가 징역 2년의 실형을 확정판결 받았다. [연합뉴스]

이들은 지난 2012년 8월 서울동부지검에서 각각 지검장과 부장검사로 넉달여 간 함께 근무했다. 석 전 지검장도 글에서 “짧지만 각별한 인연을 나눈 이성윤 지검장에게”라고 운을 떼며 “조용하면서도 늘 마음을 비운 듯 겸손했던 성품을 기억한다”고 적었다.

그러나 당시 형사2부장검사였던 이 지검장 아래 부하 검사가 여성 피의자와 유사 성행위를 하거나 외부에서 성관계를 가진, 사상 초유의 ‘검사 성추문 사태’가 벌어졌다. 이후 석 지검장이 책임지고 물러나는 것으로 사태는 일단락 됐다. 일각에선 석 지검장이 책임지지 않았다면 당시 부장이던 이 지검장이 옷을 벗었을 수도 있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후 이 지검장은 서울고검과 지방지청 등 한직로 밀려났다가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인권 전문 교수 “인권의 정치화 안돼”  

신간 '인권도 차별이 되나요?'를 펴낸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 변선구 기자

신간 '인권도 차별이 되나요?'를 펴낸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 변선구 기자

이 지검장의 취임사를 놓고 법조계 안팎의 비판도 나왔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지검장이 인권을 들먹인다”며 “정권 최측근 부패의혹을 파헤치던 검찰 기구를 대폭 줄이는 명목으로 ‘인권’을 가져온다면 어처구니 없는 ‘인권의 정치화’ 또는 ‘이념화’이자 보편적 인권 이념에 반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이날 이 신임 지검장이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절제된 검찰권 행사가 필요하다”고 취임사를 한 것을 겨냥한 셈이다. 법무부와 함께 ‘인권경영 표준지침 연구보고서’를 작성한 구 교수는 국가 인권정책의 수립과 추진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최근 법무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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