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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꼬부랑 허리 쭉 펴는 양방향 척추 내시경치료법 개척 한우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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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탐방 엄진화 서울바른병원 원장

서울바른병원 엄진화 원장은 척추뼈까지 매끄럽게 접근하는 양방향 척추 내시경 치료를 국내에 도입·발전시켰다. 김동하 객원기자

서울바른병원 엄진화 원장은 척추뼈까지 매끄럽게 접근하는 양방향 척추 내시경 치료를 국내에 도입·발전시켰다. 김동하 객원기자

척추 질환 치료의 핵심은 ‘최소침습’이다. 요즘엔 양방향 척추 내시경을 이용해 퇴행성 변화로 척추 신경이 눌린 부위에 직접 접근해 치료하는 곳이 많다. 척추관협착증·디스크 같이 척추 신경이 눌려 심해지는 목·허리 통증을 효과적으로 개선한다. 기존 피부·근육을 째는 방식의 수술과 다른 접근법으로 정밀한 치료를 시행해 환자의 신체적 부담을 줄였다. 양방향 척추 내시경 치료는 서울바른병원 척추센터 엄진화(59) 원장이 무려 20여 년 전 국내에 처음 도입한 치료법이다.

통증 일으키는 원인만 골라 제거 #최소침습적 방식으로 정확성↑ #치료 당일 보행, 일상 복귀 빨라

목·허리 통증은 어떤 방식으로 치료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약물·물리 치료만으로 통증을 없애는 덴 한계가 있다. 중증인 상태에서 비수술 치료만 반복하면 척추 신경이 눌리는 범위가 점차 넓어질 뿐이다. 결국 다리에 힘이 빠져 절뚝거리면서 걸어 다니고 배뇨 장애가 나타나 삶의 질이 뚝 떨어진다. 비수술 치료를 받으면서 저절로 낫기만 기다리는 기간은 길어야 12주다. 그렇다고 수술을 강행하기에는 두려울 수밖에 없다. 수술과 비수술의 경계에서 최소침습적 방식으로 접근하는 양방향 척추 내시경 치료에 주목하는 배경이다.

양방향 척추 내시경 치료는 척추 신경이 눌려 통증을 유발하는 원인을 선별적으로 제거하는 치료법이다. 국소 마취 후 허리에 0.5~0.9㎝의 작은 구멍을 두 개 뚫은 다음 근육과 근육 사이를 생리식염수로 벌려 그 틈으로 두 개의 척추 내시경을 밀어 넣어 치료한다. 척추 구조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근본적으로 목·허리 통증을 완화한다.

수술·비수술 경계선상 치료법

엄진화 원장은 척추 내시경 치료의 개척자다. 현재의 양방향 척추 내시경 치료는 과학적 검증을 거쳐 표준화 단계에 이르렀다. 가장 진보한 척추 질환 치료법이다.

하지만 초창기 척추 내시경 치료는 곧바로 임상에 적용하는 데 제한점이 많았다. 초기 척추 내시경은 한 공간에 내시경 카메라와 치료 도구가 모여 있는 데다 치료에 사용하는 도구가 절대적으로 작고 아픈 부위를 살펴보는 내시경 카메라의 렌즈도 30도가량 틀어져 있다. 똑바로 서서 옆으로 흘겨보듯 영상을 보면서 치료해야 한다. 최소침습적 접근은 가능하지만 시야가 좁고 사용할 수 있는 치료 도구도 제한적이었다. 작은 가위로 얇은 색종이는 쉽게 자를 수 있어도 두꺼운 도화지는 손가락에 힘을 줘도 안 잘리는 것과 비슷하다. 의료진의 경험과 기술이 치료 결과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최소침습적 접근으로 환자 친화적 치료가 가능한 척추 내시경 치료의 강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대안을 찾아야 했다. 엄진화 원장은 보는 내시경과 치료 내시경으로 구분하는 양방향 척추 내시경을 2001년 국내에 처음 도입해 발전시켰다. 내시경 카메라 렌즈의 각도도 0도로 바꿨다. 이는 척추 내시경의 단점을 보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엄 원장은 양방향 척추 내시경의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체계적으로 정립하면서 국내 척추 질환 치료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 미국은 물론 헝가리·인도·중국 등에서도 척추 내시경을 넣는 위치나 각도 등 구체적인 임상 경험을 배우기 위해 그를 찾는다.

엄 원장이 정립한 양방향 척추 내시경의 장점은 뚜렷하다. 첫째, 치료 정확성이 높다. 보는 내시경을 움직이면서 목부터 허리·엉덩이로 이어지는 척추뼈의 어느 부위로든 쉽게 접근한다. 내시경 카메라로 시야 확보에만 집중할 수 있어 더 넓은 부위를 안정적으로 살필 수 있다. 잘 보이는 만큼 정상 조직과 병변을 세밀하게 구분해 확실하게 치료한다.

양방향 척추 내시경 치료 성적은 우수하다. 엄진화 원장 연구팀이 척추관협착증·디스크 등으로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 58명을 대상으로 양방향 척추 내시경 치료 후 통증 완화 등을 추적·관찰했다. 이들은 평균 63.4세로 약물·물리 치료를 받아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았다. 그 결과 양방향 척추 내시경 치료 전 주관적으로 느끼는 통증 점수(VAS)가 8.3점(10점 기준)에서 치료 6개월 후 2.4점으로 떨어졌다. 혼자 양말을 신거나 목욕을 하는 등 다양한 동작을 일상생활에서 수행할 때 어느 정도 불편한지 살펴보는 기능장애 점수(ODI)도 치료 전 67.2점(100점 기준)에서 치료 6개월 후 24.3점으로 개선됐다. 점수가 낮을수록 통증이 덜하고 일상생활을 하는 데 수월하다.

정상 조직과 병변 확실히 구분

둘째, 수술적 치료만 가능했던 중증 척추 질환도 최소침습적 방식으로 치료한다. 기존 수술에 쓰던 다양한 치료 도구의 치료 내시경을 통한 접근·사용이 가능해져서다. 딱딱하게 변한 병변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척추 질환은 발생 원인·위치가 매우 다양하다. 만일 척추 내시경으로 접근이 어렵다면 수술 외에는 방법이 없다. 엄 원장은 “양방향 척추 내시경 치료는 기존 수술의 90%가량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나사못 고정이 필요할 정도로 중증도가 높아 수술적 치료만 가능했던 척추 질환도 양방향 척추 내시경으로 치료한다.

셋째, 일상 복귀가 빠르다. 피부 절개 범위가 척추 내시경이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크기인 0.5~0.9㎝에 불과하다. 수술한다면 적어도 이보다 세 배가량 넓은 2~3㎝를 째야 한다. 또 척추 신경을 누르는 병든 조직에 접근하기 위해 몸속 근육을 절개하고 척추뼈 일부를 제거하면서 크고 작은 손상을 남긴다. 양방향 척추 내시경 치료는 신체 손상이 적어 치료 당일 보행이 가능할 정도로 재활·회복 속도가 빠르다. 입원 기간도 2박3일로 짧다. 고령이나 고혈압·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도 치료 가능한 것은 모두 양방향 척추 내시경 치료 덕분이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엄진화 원장이 짚어주는 척추 질환 관리법

1. 목·허리 통증은 3개월만 참아라
척추 질환으로 목·허리 통증을 참는 것은 길어도 3개월까지만이다. 이후 비수술 치료를 받으면서 증상 변화를 살핀다. 단 통증이 심하거나 다리를 절뚝거리는 등 신경마비 증상이 있다면 전문병원에서 근본적인 치료를 받는다.

2. 증상은 구체적으로 설명하라
척추 질환 통증은 유발 원인에 따라 얼마나 아픈지, 어디가 불편한지가 다르다. 통증의 강도·증상도 주관적이다. 의료진이 MRI·CT 등 영상 검사로 알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다. 증상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3. 경험 많은 척추 전문의를 찾아라
치료 결과를 결정하는 건 의사의 숙련도다. 치료법이 다양한 척추 질환은 의사의 실력이 치료 성적을 좌우한다. 정확한 판단과 섬세한 술기가 중요하다. 숙련된 의사가 아니면 치료 후에도 통증이 계속 남을 수 있다.

4. 적정 체중을 유지하라
비만은 목·허리 통증을 가속한다. 살이 찌면 배가 나오면서 체중이 앞으로 쏠려 척추에 부담을 준다. 척추 사이로 디스크가 밀려 나오는 등 척추의 퇴행성 변화도 빨라진다. 운동·식이요법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한다.

5. 치료 후에도 관리에 힘써라
척추는 목·등·허리·엉덩이까지 연결돼 있다. 어느 한 부분을 치료해도 다른 곳에 문제가 생겨 목·허리 통증이 재발할 수 있다. 치료 후에도 배에 힘을 줘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지내면서 척추 건강관리에 신경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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