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니 X, 귀 보이게 머리 묶기…대학 신입생이 지켜야 할 것?

중앙일보

입력

전북 모 대학 한 학부 단체 대화방에 올라온 신입생 공지. [해당 대학 사회적관계망 커뮤니티 캡처]

전북 모 대학 한 학부 단체 대화방에 올라온 신입생 공지. [해당 대학 사회적관계망 커뮤니티 캡처]

"스키니 찢어진 거 X, 머리 귀 보이게 묶기, 키높이 운동화 X, 양말 꼭 신기…."

전북 모 대학 공지 '군기 잡기' 논란 #옷차림 제한…연락방식·인사법 강요 #재학생들 "군대냐" "미쳤다" 비판 #"선배님 웃어도 될까요ㅋㅋ" 조롱도

전북 지역 한 대학에서 신입생에게 스키니 바지(몸에 붙는 바지) 금지 등 옷차림을 제한하고, 시간대별로 선배에게 연락하는 양식과 인사법을 강요하는 공지가 이 대학 사회적관계망(SNS)을 통해 퍼지면서 '군기 잡기' 논란이 거세다.

지난 11일 전북 모 대학 SNS 커뮤니티에는 "도대체 어디 과인가요?"라는 질문과 함께 해당 학과 단체 대화방에 올라온 신입생 공지 캡처 화면이 게시됐다. 글 게시자가 공개한 공지는 '신입생 공지. 캠퍼스 내에서 지켜야 할 것'이라는 제목 아래 ▶연락 양식 ▶복장 양식 ▶인사 양식 등 3가지 내용으로 구성됐다.

신입생이 선배에게 연락할 때는 마침표(.)·쉼표(,)·물음표(?)·느낌표(!) 등 이모티콘 사용이 금지됐다. 자정부터 오전 9시 사이에 연락할 때는 "이른 시간에 연락드려 죄송합니다 선배님", 오후 9시부터 자정 사이에는 "늦은 시간에 연락드려 죄송합니다 선배님"이라는 문구를 꼭 쓰도록 했다.

날짜가 바뀌면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누구입니다"라는 말을 하고, 말끝마다 '선배님'이나 '교수님'이라는 존칭을 붙이도록 했다. 술을 마시면 반부대(반 부대표)에게 연락하고, 반부대는 이를 선배에게 알리도록 지시했다. 어디서, 누구와, 몇 시부터 술을 마시고, 집에 갈 때는 집에 간다고 보고하는 식이다.

공지에는 복장을 엄격히 제한하는 내용도 담겼다. 신입생은 찢어진 스키니 바지나 일자 바지, 흰 바지, 슬랙스 바지(헐렁한 면 바지)는 입지 못 한다. 굽 높은 구두나 키높이 운동화도 못 신게 했다. 양말은 꼭 신되 일명 페이크 삭스(목이 짧은 양말) 착용은 금지했다. 캠퍼스 안에선 에어팟(블루투스 무선 이어폰)도 쓰지 못 하게 했다.

인사법도 까다롭게 규정했다. 교수·조교·학년 선배 순으로 인사해야 하며, 교수가 있으면 선배들에게 인사하지 말고, 3학년 선배가 있으면 2학년에게 인사하지 말라고 했다.

이 같은 공지가 공개되면서 이 학교 재학생들은 해당 게시 글에 "군대냐" "미쳤다" "개극혐" 등 수백 개의 비판 댓글을 달았다. "선배님 저도 웃어도 되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ㅋㅋ" "반바지는 될까요" 등 공지 내용을 풍자하며 조롱하는 댓글도 상당수다.

대학 측은 진상 파악에 나서는 한편 논란이 된 공지 내용이 사실로 밝혀지면 적절한 조치를 내릴 방침이다.

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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