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복 <서울대의대 명예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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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중풍치료>
체질 침법 중 마비방은·중풍(뇌졸중)으로 반신불수가 된 환자, 안면신경마비, 소아마비환자들의 치료에 쓴다.
필자는 중풍환자를 상당히 많이 치료해보았는데 경험으로 보아 발병 후 1개월 이내에 체질 침법 치료를 하면 효과가 신속히 나고 완치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1개월 이상 지나 신경조직이나 근육이 굳어져 버린 경우에는 침 치료만으로는 치료효과가 더디고 지지부진하며 오랜 치료기간이 필요하다.
이런 때에는 식이요법(체질에 따른 식품섭취)과 전신정체요법·국소 지압·마사지 요법 등을 하며 2∼3종의 물리치료법을 병용하면 그런 대로 완치가 가능할 경우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풍에 걸렸을 때 침만 맞으면 효과가 나고 빨리 치료되는 것으로 믿고 있는 듯 하나 실제 치료를 해보면 대단히 어려운 문제다.
대개 중풍환자 중 혼수상태에 빠진 중증인 3분의1 정도는 사망하고 중증도인 3분의1 정도는 치료해도 완치가 안되고 후유증으로 계속 고생한다. 나머지 3분의1인 가벼운 증세의 환자만이 완전 회복될 수 있다.
73년 9월 중풍환자인 K씨(60·여)에게 왕진을 갔다. 이 환자는 친지의 장모였는데 발병 후 12일이 지난 경우로 왼쪽 반신이 완전히 마비됐으나 의식은 또렷했다.
그간 인근의 한의사에게 침 치료를 받고 우황청심환을 복용했으나 별 효과를 못 보았다고 했다.
맥진을 해보니 태음인Ⅱ형 이어서 오행 침법의 간사법(간의 기능을 감소시키는 침법)을 6회 반복해 시술했다. 10분 지난 후 효과를 조사하기 위해 손의 운동을 해보라고 시켰다.
손가락운동·팔을 굽혔다 폈다하는 운동, 팔 들어올리기 운동 등이 모두 순조로웠고 다리운동도 여러 가지가 잘되는 것이었다. 환자나 가족·필자는 하나같이 깜짝 놀랐다.
필자가 매일 왕진치료를 해주겠다고 하면서 앞으로 2주일간 절대안정을 취하도록 부탁했다. 그런데 다음날 오후 느닷없이 그 환자가 큰딸의 부축을 받아 필자의 교수실로 치료를 받으러왔다.
깜짝 놀라 재발할까 걱정했으나 그후 매일 열심히 치료를 받으러와 3주일간의 치료로 완치됐다.
얼마 후 이 환자의 큰딸이 10년전부터 속 앓이(위경련)로 고생한다며 치료를 원했다. 체질은 진단결과 어머니와 같은 태음인Ⅱ형이었다.
부염증방과 정신방을 1일 교대로 10일간 치료해주었더니 기분이 상쾌해졌다고 기뻐했다. 다만 치료1주일 되던 날 밤에 속 앓이 발작이 생겨 고생했다는 것이다.
그날 먹은 음식을 물어보니 병문안 온 친구와 함께 점심으로 먹은 울면이 문제였다.
울면에는 작은 새우·조개·귤 등 들어있는데 이는 환자의 체질상 해로운 것이다.
필자는 체질에 따른 식품의 유해·유익을 설명해주고 이후 그런 음식을 절대 삼가도록 주의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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