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큰집 돌아오겠나"···유승민 '또 때리기' 앞장 선 김진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9일 오후 강원 춘천시 스카이컨벤션에서 열린 2020 한국당 강원도당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9일 오후 강원 춘천시 스카이컨벤션에서 열린 2020 한국당 강원도당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을 연일 공격하고 있다. 김 의원은 1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승민만 모셔다가 꽃가마를 태우는 식으로 보수통합을 하려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우리공화당 쪽에서 거부 반응이 나온다”고 했다.

김 의원은 “어느 한쪽 편이 당리당략을 위해 자신들만 어떻게 금배지를 달아보려고 하는 것에 한국당이 끌려간다면 오래된 당원들, 애국자들은 화가 나서 투표장에 안 나올 수도 있다”고도 했다. 유 의원이 제시한 ‘보수재건 3원칙’에 대해서도 “그게 뭔지도 분명하지 않다. 왜 당을 나가서 여기저기 전전하다가 이제 와서 원래 있던 큰집에 다시 돌아오려고 하겠냐”고 했다.

김 의원은 최근 황교안 한국당 대표에게도 이같은 주장을 했다고 한다. 황 대표가 “3원칙을 수용하라”는 유 의원과 “안된다”는 김 의원 진영 사이에 낀 형국이다.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로운보수당 중앙당창당대회에서 유승민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로운보수당 중앙당창당대회에서 유승민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의원의 '유승민 비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보수 통합이 화두로 등장할 때면 한국당 내에서 유 의원 비판에 늘 앞장서왔던 인사가 김 의원이다. 김 의원은 지난해 11월에도 황 대표에게 “유 의원이 들어오게 되면 통합이 아니라 분열이 된다. 통합을 재고해야 된다”는 취지로 조언했다.

지난해 8월 “그런 의미에서 유승민 의원과의 통합은 매우 중요하다”고 했던 나경원 당시 한국당 원내대표도 비판했다. 김 의원은 당시 “할 일이 태산인데 지금 우리가 이런 거(보수통합) 가지고 왈가왈부할 때가 아니다”라며 “오겠다는 의사를 밝히지도 않은 분을 자꾸 건드려 몸값만 높여줄 필요가 없다”고 했다. “당이 또 쪼개져야 되겠나”는 의견도 덧붙였다.

김 의원이 유 의원을 유독 물고 늘어지면서 둘의 과거 악연도 주목받고 있다. 최근 양상처럼 김 의원이 주로 유 의원을 공개 비판하고, 유 의원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는 모양새였다.

2015년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국회 정론관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5년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국회 정론관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유명한 건 2016년 12월 탄핵 정국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던 유 의원에 대해 ‘3불가론’을 제기한 것이다. 김 의원은 당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유 의원이) 신뢰‧능력‧염치가 없다”며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첫째, (유 의원은) 대통령의 입과 머리였는데 갑자기 배신의 아이콘이 됐다. 이제는 무슨 말을 하더라도 믿기 어렵게 됐다. 둘째, 능력이 부족하다. 지금 당을 추스려도 될까 말까 한 마당에 당내 분란의 원조 진앙지다. 셋째, 염치가 없다. 같은 당 소속 대통령을 앞장서 탄핵 의결해 놓고 무슨 낯으로 당권까지 잡겠다고 하느냐”

김 의원은 2015년 7월 유 의원이 국회법 파동으로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사퇴하기 직전에도 비슷한 취지로 ‘3불가론’을 주장했다. 원내대표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취지였다.

유 의원은 이후 며칠 뒤 원내대표에서 물러났다. 유 의원은 당시 정론관 기자회견을 통해 “평소 같았으면 진작 던졌을 원내대표 자리를 끝내 던지지 않았던 것은 제가 지키고 싶었던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법과 원칙, 그리고 정의였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마저도 비판했다. “마시던 우물에 침 뱉는 격이다. 서운함은 이해하지만 평정심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주장이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