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몸은 떠나 있지만 대통령 직통 가능?…포스터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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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중앙포토]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중앙포토]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4·15 총선 대거 출마로 과도한 '문재인 마케팅'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선거 홍보 포스터가 논란이 되고 있다. 김 전 대변인은 전북 군산 출마를 선언하고 이 지역 표밭을 일구는 중이다.

김 전 대변인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군산시민 국회의원-시민이 국회의원이다'라는 제목의 포스터를 내걸었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군산 시민이 직접 정책을 제안, 우수한 정책을 의견수렴하여 실행합니다'라는 부연 설명과 함께다. 큼지막한 제목 아래에는 3가지 항목으로 ▶대통령님께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 ▶군산경제위기의 다양한 해법 ▶일하는 엄마들의 고민 등 문구가 새겨졌다.

포스터 하단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 전 대변인이 마주 보며 웃는 사진이 배치됐다. 포스터 맨 아래에는 김 전 대변인을 설명하는 문구로 '청와대 대변인(전) 김의겸'이라고 적혔다. 김 전 대변인은 이 포스터를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군산시민의 아이디어를 제안받는다. 페이스북 댓글로 작성해주시면 정책을 수렴하여 반영하겠다"고 썼다.

4월 총선에서 전북 군산 출마를 선언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최근 낸 선거 홍보포스터.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페이스북 캡처]

4월 총선에서 전북 군산 출마를 선언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최근 낸 선거 홍보포스터.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페이스북 캡처]

홍보 문구 중 특히 '대통령께 하고 싶은 말을 제안해달라'고 한 대목을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총선 예비후보로서 유권자 의견을 듣겠다는 취지지만, 청와대 대변인 경력을 부각시킨 홍보 전략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대통령과 직통 라인이라도 있는 것이냐"는 얘기가 나온다. 불미스러운 일로 대변인직을 사퇴한 지 9개월이 지난 상황에서 자신의 청와대 경력에 기대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통령에게 직접 의견을 전할 수 있는 것처럼 적은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유권자들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 한 의원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물러난 분이 출마한 것도 당에선 부담스러운 일인데, 지나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 전 대변인 선거 캠프 관계자는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정식 통로를 통해서 대통령에게 전달한다는 얘기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지금 대통령에게 만나달라고 한들 만나주겠느냐"라고 말했다.

김 전 대변인은 지난해 3월 '흑석동 재개발'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청와대 대변인직을 사퇴했다. 당시 ‘부동산 투기 근절과 집값 안정’에 힘쏟고 있는 정부 시책과 다른 행보라는 비판이 일었다.

민주당은 줄잡아 70여명으로 예상되는 청와대 출신 총선 출마자들의 ‘청와대 프리미엄’ 최소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우선 전·현직 대통령 이름을 경선 홍보문구에 쓰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예를 들어 '문재인 청와대 행정관'이라는 문구 대신 '전 청와대 행정관' 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민주당 한 의원은 "청와대에서 일할 기회를 준 것도 일종의 특혜인데, 경선에서도 이를 쓰게 하면 공정하지 못하다는 당내 의견이 있다"며 "양정철 민주연구원장도 이 부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양 원장은 최근 당 의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총선 출마자들 중에) 청와대 출신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이달 말 출범하는 당 경선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전·현직 대통령 명칭 사용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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