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르노삼성 노사 ‘강대강’ 대립…기습파업에 직장폐쇄 맞불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6월 부산 강서구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하고 있는 모습. 송봉근 기자

지난해 6월 부산 강서구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하고 있는 모습. 송봉근 기자

르노삼성차 노사가 2019년 임금과 단체협약 협상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노조가 지난 8일과 9일 게릴라식 파업을 하자 사측은 10일 야간 근무조부터 부분 직장폐쇄에 들어간다고 맞섰다.

사측 10일 야간 근무조부터 부분 직장폐쇄 #노조 직장폐쇄 반발…10일 오후 상경투쟁 #125개 르노삼성 협력업체 줄도산 위기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10일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임단협 교섭을 하는 와중에 노조가 기습 파업을 벌여 신뢰관계가 무너졌다"며 “파업으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고, 노조의 돌발적 행동에 대한 방어수단으로 직장폐쇄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분 직장폐쇄는 일부 업무·부서에 한해 조업을 중단하는 것으로 전 사업장을 대상으로 휴업하는 전면 직장폐쇄와는 차이가 있다. 르노삼성의 부분 직장폐쇄는 지난해 6월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로 별도의 공지가 있기까지 이어진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다만 공장으로 출근해 근로희망서를 제출한 노조원은 정상출근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르노삼성차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대상으로 주간 근무조를 편성하고 생산라인을 계속 가동할 방침이다. 10일 기준 부산공장 임직원 2172명 중 모두 1723명이 출근했다. 조합원으로만 보면 전체 1727명 중 443명이 파업에 참여해 파업 참여율은 25.7%로 집계됐다.

조합원의 70%가 출근하고 있지만, 생산량은 평소의 20% 수준에 그친다는 게 사측의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생산 공정이 모두 연결돼 있어서 하나의 공정에서 조합원 2명이 1시간만 작업을 안 해도 나머지 전 직원은 마냥 기다려야 한다”며 “매출 손실과 함께 회사 경영상황이 급격하게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차는 현재 노조 집행부가 출범한 2018년 이후 지금까지 임단협을 둘러싸고 500시간 가까운 파업을 지속하면서 누적 매출 손실만 4500억원을 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조 파업으로 닛산 로그 수출물량 생산과 선적에 차질을 빚었으며, 신차 XM3 출시에도 심각한 차질을 초래하면서 회사 존립마저 위협받고 있다는 입장이다.

르노삼성자동차 노조와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가 지난해 12월12일 오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르노삼성자동차 사측 대응에 대한 비난과 노조 임단협 요구안의 당위성 등을 주장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르노삼성자동차 노조와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가 지난해 12월12일 오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르노삼성자동차 사측 대응에 대한 비난과 노조 임단협 요구안의 당위성 등을 주장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노조 확대간부와 간부 조합원은 직장폐쇄에 반발, 버스 편으로 상경해 19일 오후 1시 서울 강남구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기로 했다. 노조 측은 “르노삼성은 수년간 1조7000억원의 흑자를 보고 있고, 지난해에도 1700억원의 흑자를 예상한다”며 “그런데도 고정비를 아끼기 위해 기본급 동결, 상여금 쪼개기, 희망퇴직 시행 등으로 노동자를 옥죄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프랑스 르노 자본의 노예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르노삼성차의 부분 직장폐쇄는 르노삼성 협력업체인 부산·경남 125개 부품업체의 연쇄 부도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부산지역 완성차 업체는 르노삼성차뿐이다. 나기원 대표(협력업체 협의회장)는 “2019년 6월 장기간 파업으로 공장 가동률이 30% 이상 떨어졌었다”며 “또다시 파업이 장기화하면 이제 공장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의 파업 장기화는 지역 경제 침체로 이어질 전망이다. 부산상공회의소가 2019년 4/4분기 부산지역 제조업 경기전망을 조사한 결과 자동차부품 업종은 주 매출처인 국내 완성차 업계의 노사갈등과 부진 등으로 부품공급 감소가 우려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중국의 자국산 보호주의 강화와 글로벌 과당경쟁 등으로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앞서 르노삼성차는 1000만원 일시금 지급과 변동급의 고정급 전환 등으로 통상임금 120% 인상하는 협상안을 제시했다. 노조는 기본급 8.01% 인상안을 요구하며 맞서며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연말까지 예고 파업에 들어갔으며, 8일과 9일에는 기습파업을 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