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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져서 돌아온 故이지현씨···"억울하면 소송하란 스페인 분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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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스페인에서 사망한 故 이지현 씨를 추모하는 행사가 오는 9일 부산시민장례식장에서 진행된다. [사진 범민련 부산연합]

지난달 21일 스페인에서 사망한 故 이지현 씨를 추모하는 행사가 오는 9일 부산시민장례식장에서 진행된다. [사진 범민련 부산연합]

“스페인 당국은 강풍으로 건물 외벽 석재가 떨어졌다고 하지만 당시 강풍은 불지 않았습니다. ‘억울하면 소송해라’는 스페인 당국의 무책임한 태도에 분통이 터집니다.”

사고 발생 18일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이지현 씨 #이씨 부모 “스페인 정부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 분노 #소송 준비 중…공식적인 사과와 보상 요구

지난달 21일 스페인 마드리드 시내 관광청 건물 6층에서 떨어진 석재 조형물에 머리를 맞고 숨진 이지현(32)씨 아버지 이성우 씨의 하소연이다. 이씨는 딸의 시신과 함께 지난 8일 부산으로 돌아왔다. 딸의 사고 소식을 듣고 스페인으로 간 지 18일 만이다. 이날 오후 6시 김해공항에 도착한 이씨는 부산 시민장례식장으로 이동해 3일장을 치른다. 9일 오후 8시 부산시민장례식장에서는 가족 위로의 밤 행사가 진행된다. 딸의 시신은 10일 기장군 부산 추모공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이씨는“스페인 당국은 딸이 어떻게 죽게 됐는지 사고 경위조차 알려주지 않고 있다”며 “거리 시위를 하며 진실 규명을 촉구했지만, 스페인 당국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스페인 당국이 사고를 은폐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스페인 당국은 강풍이 불어 건물 외벽 석재 타일이 떨어졌다고 했지만, 당시 기상을 확인해보니 강풍은 불지 않았다. 딸의 바로 뒤에 있던 목격자의 진술도 이와 일치한다”며 “스페인 당국은 유일한 증거물인 외벽 석재 타일을 버리고 현장 사진만 남겨뒀다. 사고를 은폐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2019년 12월 21일 스페인 마드리드 시내 관광청 건물에서 떨어진 석재 파편이 머리 위로 떨어져 사망한 故 이지현 씨 부모가 스페인 당국의 책임있는 태도를 요구하며 거리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범민련 부산연합]

2019년 12월 21일 스페인 마드리드 시내 관광청 건물에서 떨어진 석재 파편이 머리 위로 떨어져 사망한 故 이지현 씨 부모가 스페인 당국의 책임있는 태도를 요구하며 거리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범민련 부산연합]

이씨는 스페인 당국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분노했다. 그는 “딸의 사고는 스페인 마드리드 관광청의 관리 부실로 발생한 인재다. 그런데도 스페인 당국은 자연재해로 인한 사고여서 아무런 보상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며 “억울하면 소송하라는 스페인 당국의 태도에 분노를 넘어 무력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스페인의 공식적인 사과와 책임 있는 보상을 요구하며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씨는 딸의 장례를 마치는 대로 외교부에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할 방침이다. 그는 “외교부가 나서 스페인 당국에 철저한 수사와 책임 있는 보상을 요구해주기를 바라고 있다”며 “개인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나서줘야 한다. 스페인 정부가 책임있는 태도를 보일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딸 지현 씨는 지난해 3월 스페인어를 배우기 위해 스페인으로 유학을 갔다. 국민대 디자인학과를 졸업한 지현 씨는 스페인의 패스트 패션 브랜드 ‘자라’에 입사하는 게 꿈이었다. 2014년 국내 의류업체에 취업한 지현 씨는 5년간 번 돈으로 홀로 스페인 유학을 떠났다. 유학생활 9개월째인 2019년 12월 21일 스페인 마드리드 시내에 있는 마드리드 관광청을 지나다 건물 외벽에서 떨어진 석재 파편에 머리를 맞았다. 지현 씨는 현장에서 바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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