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시장, 13개월 연속 부진 벗어나 2분기부터 회복한다

중앙일보

입력

반도체 시장이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 2분기부터 회복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018년 12월 이후 13개월 연속 감소한 한국의 반도체 수출도 본격 반등할 지 주목된다.

하나금융연구소, “반도체 가격조정 마무리” #가격 하락은 수요 아닌 공급 조절 실패 탓 #2분기부터 수출과 기업 실적 회복 시작 #설비 투자 경쟁으로 공급 과잉 우려는 남아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직원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직원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하나금융연구소는 7일 ‘2020년 반도체 시장의 회복이 가능한가’ 라는 보고서를 통해 올 1분기 중 반도체 가격 조정이 대부분 마무리되고 2분기부터는 수출과 기업 실적이 회복하기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25.9% 감소했다. 주력 수출 품목인 D램과 낸드플래시의 단가가 하락한 게 주원인이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연구소는 “수량 기준으로는 수출 감소율이 미미하거나 오히려 소폭 증가했다”며 “2017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반도체 수출과 기업 실적이 급등락한 것은 수요 변동이 아니라 공급 조절 실패로 인한 가격 효과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올해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효과가 소멸하면서 수출과 기업 실적이 플러스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최근 들어 메모리 반도체는 하락세가 완만해지거나 일부 제품은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격 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다는 신호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분석이다. 보고서는 “올 1분기까지는 가격의 기저 효과로 수출과 기업 실적이 여전히 마이너스를 기록하겠지만 2분기부터 회복이 시작돼 연간 실적은 플러스로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공급 과잉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2017년 이후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과잉 설비 투자 후유증이 아직 가시지 않은 데다, 설비 투자 경쟁이 다시 심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과 중국은 전년 대비 설비투자를 각각 37%, 10.8% 줄였지만, 대만과 북미는 오히려 각각 21.5%, 8.5% 늘렸다. 이주완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2017~18년 신증설 물량조차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올해는 한국도 설비 투자 경쟁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어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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