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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새 전략무기는 '다탄두 ICBM'···미·중·러만 기술 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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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군이 제작한 다탄두 각개목표설정 재돌입 비행체(MIRV) 교육 동영상 장면. 대기권 밖에서 페어링(뚜껑)을 분리한 탄두부에서 재진입체(검은색)과 디코이(빨간색)이 각각 나온 뒤 미리 설정한 목표를 향해 떨어지고 있다. [미 공군 동영상 캡처]

미국 공군이 제작한 다탄두 각개목표설정 재돌입 비행체(MIRV) 교육 동영상 장면. 대기권 밖에서 페어링(뚜껑)을 분리한 탄두부에서 재진입체(검은색)과 디코이(빨간색)이 각각 나온 뒤 미리 설정한 목표를 향해 떨어지고 있다. [미 공군 동영상 캡처]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이 미국ㆍ러시아ㆍ중국 등 강대국 수준에 이르렀을까. 그걸 가늠하는 지표가 다탄두 각개목표설정 재돌입 비행체(MIRV) 탑재 여부다.

MIRV, 개별 핵탄두가 별개 목표 공격 #미ㆍ러ㆍ중ㆍ불만 갖고 있는 기술 #북한 수준으론 MRV 선보일 수 있어 #소형 핵탄두 위해 추가 핵 실험 가능

MIRV는 미사일의 머리에 해당하는 탄두부 안에 여러 개의 핵탄두 재진입체(RV)가 들어있는 기술이다. RV는 핵탄두를 감싸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나는 높은 열로부터 핵탄두를 보호해준다. 개별 RV는 탄두부에서 나온 뒤 각자 목표로 떨어진다. 한 발의 ICBM으로 복수의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

그런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 보고에서 언급했다는 ‘새 전략무기’가 MIRV를 장착한 ICBM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은재 국회 정보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가 7일 국가정보원 보고에서 들었다고 주장한 내용이다. 국정원은 "MIRV 개발 가능성을 언급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북한의 ICBM인 화성-15형 발사 장면. 북한이 ICBM에 여러 개의 탄두를 실으려면 화성-15형 추력(1단 기준 80t 포스)보다 더 강한 엔진을 만들어야 한다. [사진 노동신문]

북한의 ICBM인 화성-15형 발사 장면. 북한이 ICBM에 여러 개의 탄두를 실으려면 화성-15형 추력(1단 기준 80t 포스)보다 더 강한 엔진을 만들어야 한다. [사진 노동신문]

하지만,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MIRV는 ICBM의 최종 종착역이다. 북한이 MIRV ICBM을 개발하려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면서도 “북한이 MIRV 관련 기술을 완전히 확보했느냐는 별개 문제”라고 말했다. 북한의 기술력으론 당장 MIRV를 내놓는 게 무리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분석이다. RV 하나하나를 독립 목표로 유도하는 게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미국ㆍ러시아ㆍ중국ㆍ프랑스만 MIRV 관련 기술을 갖고 있다.

대신 탄두부에 여러 개의 RV를 내장한 다탄두(MRV)까지는 북한으로선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MRV는 대기권 밖에서 분리한 두 개 이상의 RV가 똑같은 목표물로 돌진하는 기술이다. MIRV의 전 단계가 MRV다.

RV 가운데 핵탄두가 전혀 없는 가짜 유인체(디코이)를 섞어 놓으면, 적의 미사일 방어망(MD)을 뚫는 효과도 볼 수 있다.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마이클 엘먼 선임 연구원은 “북한의 ICBM급인 화성-15형에 디코이를 탑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제기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MRV를 만들려면 ▶강한 추력의 엔진 ▶핵탄두 소형화 ▶RV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상황. 엔진 연소 시험으로 주변 풀이 사라진 장면이 보인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상황. 엔진 연소 시험으로 주변 풀이 사라진 장면이 보인다. [연합뉴스]

한ㆍ미는 북한의 ICBM 중 가장 추력이 강한 화성-15형의 최대 탑재 중량을 1t으로 추정한다. 북한의 핵탄두는 500㎏ 안팎이다. 3개의 핵탄두 RV를 한 발의 ICBM에 집어넣으려면 최대 탑재 중량이 2t이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화성-15형보다 최소 2배 추력이 센 엔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두 번 엔진 연소 시험을 벌였는데 추력이 더 강한 엔진을 만들려는 목적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미국 정보당국은 북한이 소형 핵탄두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017년 8월 보도했다. 이춘근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이론적으로 MRV용 소형 핵탄두를 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생산은 훨씬 더 어렵다”며 “북한이 MRV용 소형 핵탄두 개발을 위해선 핵실험을 추가로 해야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RV와 관련, 북한의 성적은 신통찮다. 2017년 7월 28일 화성-14형, 그해 8월 28일 화성-12형이 각각 대기권에 재진입하면서 세 조각으로 쪼개진 장면이 목격됐다. 권용수 전 교수는 “북한의 열에 강한 소재 기술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신뢰성 있는 RV 확보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며 “북한이 RV 개발 목적으로 ICBM을 여러 번 더 발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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