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 전 삼성물산 대표 소환 조사…합병 의혹 삼성 고위층 수사 이어질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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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직전 고의로 주가 떨어뜨린 의혹을 받는 김신 전 삼성물산 대표이사가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직전 고의로 주가 떨어뜨린 의혹을 받는 김신 전 삼성물산 대표이사가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싼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삼성그룹 전직 고위층 소환 조사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4부(부장 이복현)는 7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과 관련해 김신(63) 전 삼성물산 대표를 소환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오전 9시 20분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고의로 주가를 떨어뜨렸다는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조사실로 향했다.

 김 전 대표는 2015년 당시 삼성물산 대표이사로서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주도했다. 검찰은 김 전 대표가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앞두고 삼성물산 주가를 고의로 떨어뜨린 것이 아닌지 등을 의심하고 있다.

 2조원 규모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소 수주 사실을 합병 전 공개하지 않는 방법으로 제일모직에 유리한 비율로 합병됐다는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삼성물산은 2015년 5월 수주한 2조원 규모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소 기초공사 수주 사실을 합병 결의 이후인 같은 해 7월 공개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계획은 2015년 5월 이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삼성물산은 또 2015년 초 신규주택 공급량이 300여 가구에 그친다고 발표했지만, 합병 이후에야 서울에 1만994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5년 1~6월 삼성물산 매출액은 12조28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 감소했다. 주가는 2015년 들어 다른 건설사들과 달리 상승하지 못하다가 4월 중순 이후 지속해서 하락했다. 당시 합병비율 1(제일모직) 대 0.35(삼성물산)이었다.

자본시장법 규정에 따라 이사회 직전 1개월 주가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검찰은 삼성물산이 이같이 수주 실적을 축소해 주가를 제일모직에 합병이 유리하도록 고의로 낮췄다고 보고 있다.

김신 전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이 2015년 7월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사장단협의회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신 전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이 2015년 7월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사장단협의회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르면 이번 주 검찰 고위급 인사로 수사 장기화 전망도

 검찰은 삼성물산과 반대로 이 부회장이 지분 23.2%를 보유하고 있던 제일모직 자산가치는 부풀려진 정황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제일모직이 보유한 에버랜드 부지의 표준지(가격산정의 기준이 되는 토지) 공시지가가 2015년 최대 370% 오른 게 대표적이다.

 당시에는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 김 전 대표는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사장단 회의 이후 “합병과 관련해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질 것 같냐”라는 취재진 질문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직접 대답하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와 삼성물산 사무실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삼성이 제일모직 최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의 원활한 경영권 승계를 위해 그룹 차원에서 계열사들을 움직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김 전 대표를 시작으로 당시 고위층이었던 장충기(66) 전 미래전략실 차장과 최지성(69) 전 미래전략실장 등을 차례로 소환해 의사결정에 얼마나 관여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 고발장을 접수한 이후 1년 2개월간 관련 수사를 해왔다. 합병·승계 의혹 수사의 실마리가 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사기 혐의는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하고 김태한(63) 대표이사 등의 사법처리만 남겨둔 상태다.

 다만 이르면 이번 주 단행될 검찰 고위간부급 인사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가 더욱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8월 간부급 인사 이후 수사 부서를 반부패수사2부(옛 특수2부)에서 반부패수사4부로 변경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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