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수원 오염 누가 방치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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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불과 며칠 전 한강의 상수원에 공해물질을 함부로 버린 업주들 11명을 구속됐다. 이어 검찰은 6일 또 같은 범법자 15명을 무더기로 적발, 구속했다.
법과 사회질서에 위해를 가하여 인륜과 도리를 짓밟는 행위를 폭력이라 하듯이 자연과 인간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환경 파괴행위 또한 폭력이라는 차원에서 강력히 응징돼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이들은 1천만 명 이상 국민의 식수원인 팔당호 주변에서 공장과 골프장·양축장·가두리양식업 등을 하면서 당국의 눈을 피해 폐수와 발암성이 강한 농약 오염수를 식수원에 그대로 방류하고 각종 항생제와 사료로 강물을 썩고 병들게 한 환경폭력의 주범들인 것이다.
그 동안 공해물질 배출업소에 대한 단속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단속정보가 사전에 새나가거나 적발되더라도 기껏해야 벌금 몇 푼 내는 둥 마는 둥 하는 솜방망이 규제였기 때문에 실제적인 효과는커녕 식수원 오염은 더욱 악화되는 실정이다. 물 하나도 마음놓고 마실 수 없어 정수기가 불티나게 팔리는 처지에서는 정부에 대한 신뢰나 사회안정이란 이루기 어려울 것이다. 식수공해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대응에 기대를 걸면서 몇 가지 당부의 말을 빼놓을 수 없다.
첫째로 지금까지의 공해물질 무단배출의 책임이 1차로 업자들에게 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단속하지 않고 방치해온 관계기관의 책임도 동시에 물어야 옳다는 생각이다. 환경보전법과 폐기물 관리법 등 단속법규가 엄연히 명문화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폐수 정화설비가 갖춰지지 않은 채 공장과 골프장·양축장·양식장을 허가해 준 당사자가 누구인가.
정화시설이 있어도 가동하지 않는 업주의 불법행위를 묵인하거나 방조한 책임 또한 감독관청의 몫인 것이다. 탁 트인 수면에 온갖 시설을 버젓이 해놓고 담수어를 양식하고 있는데도 이것이 무허가였음을 이제야 발견한 듯 잠꼬대 같은 오리발을 내미는 관계기관의 자세는 분명히 국사의 수임자로서의 배임 행위에 틀림없다.
둘째는 무단 방출이 관례화 된 공해의 단속이 가끔가다 생각나면 호들갑떨듯이 단발적인 소나기 식이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때만 지나면 다시 시들해지기 쉽고 그 틈을 이용하여 단속 때 정화시설을 가동해 입은 손해를 회복하려는 속셈까지 발동돼 더욱 심한 공해를 배출할 우려마저 없지 않다. 공해폭력사범은 지속적으로 단속의 강도를 늦추지 말아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
공해배출에 대한 단속법규의 벌칙조항을 보면 벌금형과 체형으로 되어있다. 형식에 그치고 있는 벌금형을 보다 무겁게 강화하든지, 벌금형보다는 체형으로 공해사법을 다스리는 것이 실효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끝으로 공해단속은 서울을 중심으로만 할게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산해야 한다. 우리 나라 식수원 치고 어느 하나 성한 곳 없이 모두가 공해로 병들어 있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오히려 지방으로 갈수록 재정이 허약하기 때문에 양질의 식수원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국민의 가장 기초적인 생존조건인 식수만이라도 지역에 차등 없이 다같이 마음놓고 마실 수 있도록 공해단속은 물론 상수도 시설과 설비도 중앙과 동일수준으로 운영돼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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