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교사들이 세미나서 보는 책에 … "6·25는 조국해방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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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산지부가 지난해 10월 만든 '통일학교 자료집(사진(左))'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자료집에 '6.25전쟁은 조국해방전쟁'이란 식의 북한 주장이 여과 없이 담겨 있는 것이 26일 알려졌기 때문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이날 "실정법 위반 여부가 드러나면 징계.고발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지검 공안부도 수사에 착수했다. 둘 다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를 살피고 있다.

전교조 부산지부는 "북한의 역사책 '현대조선역사'(右)의 내용을 발췌 인용한 것일 뿐"이라며 "부산지부의 견해나 주장은 단 한 줄도 들어 있지 않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 "선군정치는 독창적 정치 방식"=자료집은 김일성의 '조선혁명군'과 관련, "조선혁명군을 결성한 후 그 대오를 부단히 확대하면서 대원들의 정치사상적 및 군사적 자질을 빨리 높이도록 했다"고 기술했다. 6.25전쟁 부분에선 "김일성은 방송 연설에서 조국해방전쟁의 승리를 위한 전투적 과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고 썼다. 북한의 남침 부분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대신 미군의 세균전.양민학살만 다뤘다.

'통일학연구소 한호석'이란 재미학자의 글에는 "선군정치는 세계 정치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독창적인 정치 방식"이란 대목도 있다.

자료집은 전교조 부산지부 통일위원회 명의로만 돼 있다.

◆ "참석 교사 소환조사할 것"=뉴라이트 계열인 '친북반국가행위진상규명위'가 자료집을 분석, 비판하고 나섰다. 제성호(중앙대 법대 교수) 위원장은 "친북 편향적 역사관을 수용한 교사들이 나이 어린 학생들에게 잘못된 역사관을 주입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교육부와 검찰도 진상 파악에 나섰다. 교육부 김홍섭 학교정책국장은 "전문가 검토 결과 위반 사실이 드러나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관계 당국에 고발키로 했다"며 "통일학교에 참석한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그러한 내용으로 교육시켰는지도 관할 교육청이 확인할 것"이라고 했다.

검찰도 참석 교사들을 소환조사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전교조 측에서 자료의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이 실수라고 주장하지만 북한의 자료를 그대로 가져다 자체 토론회를 한 것 자체가 국가보안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 "소규모 세미나를 위한 제본"=논란이 커지자 전교조 부산지부는 "남한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북한의 모습을 접한 뒤 북한 알기 차원에서 마련한 소규모 세미나 자료"라며 "('현대조선역사'는) 국내에서도 출간됐고, 국내 여러 학자도 이미 인용했었다"고 했다. 또 "출처를 밝히지 않아 부산지부의 입장인 듯 오해 살 여지를 남긴 건 불찰"이라며 "그러나 (세미나) 당시에도 북한의 역사 기술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고 했다. 이 자료는 세 차례 세미나에서 사용됐는데 각 세미나에는 10~20여 명씩 참가했다고 밝혔다.

부산지부는 그러나 "이런 자료로 토론활동을 벌인 것이 친북 활동이 된다면 학자들에게는 허용되는 학술.연구의 자유가 교사들에게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반발했다.

고정애.문병주 기자

◆ 통일학교 자료집=지난해 10월 전교조 부산지부 통일위원회가 연 북한 세미나에서 쓰였던 자료집. 당시 40부 정도 제작됐다는 게 부산지부의 설명이다. 파문이 일자 부산지부는 1983년 북한이 펴낸 역사책 '현대조선역사'를 발췌, 인용했다고 해명했다. 이 책은 88년 국내에서도 출간됐으나 현재 절품된 상태다. 한때 금서였다. 역사교과서 친북 논란 때는 보수 진영에서 이 책과 교과서를 비교한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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