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야당의원들과 연임이 유력한 전임 의장의 출입을 통제한 채 표결도 없이 신임 국회 의장을 선출하는 그야말로 일방적인 선거가 5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에서 열렸다.
[서소문사진관]
AP통신 등에 따르면 1년 임기의 신임 국회의장을 뽑기로 돼 있는 이날 수도 카라카스의 국회 건물은 방패를 든 진압 경찰들에 의해 봉쇄됐다. 이들은 국회를 겹겹히 에워싸고 출입자들의 신분증을 확인해 여당 의원과 친정부 성향의 언론 등만 출입시켰다.
과이도 의장을 비롯해 베네수엘라 전체 국회의원 167명중 112명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 의원들은 이날 경찰의 저지속에 국회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했다. 이 과정에서 과이도 의장은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며, 국회 담장을 넘어 가려했으나 진입에는 실패했다. 과이도 의장은 마두로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한 대선 결과는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대통령 유고 시에 다음 대선까지 국회의장이 대통령직을 대행한다는 헌법 조항을 근거로 자신이 '임시 대통령'임을 선언한 바 있다.
이날 국회에 모인 친 정부 성향의 의원들은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야당의원들이 참석하지 못해 정족수 부족으로 표결조차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었으나, 루이스 파라 의원을 새 국회 의장으로 선출했다. 파라 의원은 야당 소속이었으나 최근 정권과 관련된 부패 혐의 당에서 제외된 인물이다.
이날 베네수엘라의 항구도시 라과이라의 야구장 개관식에 참석한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도 또한 "국회가 새 의장을 뽑았다"고 밝히며 파라의 의장 취임을 기정사실로 했다.
이에 과이도와 야권 의원들은 이같은 일방적인 선거를 마두로 정권의 '의회 쿠데타'라며 강력 비난했다. 이들은 얼마 뒤 베네수엘라에 유일하게 남은 야권 성향 일간지 엘나시오날 본사에서 또 다른 국회의장 선거를 열었고, 과이도 의장을 재선임했다. 국회 정원 167명 중 100명이 과이도 의장 연임에 찬성 표를 던졌다. 정권에 의해 기소돼 망명 중이거나 도피 중인 야당 의원들은 대리인이 표결에 참석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일년째 이어진 두 명의 대통령(마두로, 과이도)에 이어 두 명의 국회의장 논란까지 더해지며 이날 베네수엘라는 혼란스러운 국내 정세를 국제사회에 그대로 드러냈다.
과의도 의장은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는 우리가 독재정권 아래 살고 있다는 또 다른 증거”라며 “그래도 우리는 유일하고 합법적인 국회를 설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 코잭 미 국무부 차관보는 “베네수엘라 헌법에 따라 과이도는 여전히 베네수엘라의 임시 대통령”이라고 밝혔다.
우상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