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응원단에 빠져 있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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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아버지가 늘 하시던 말씀이 있어요. ‘쟁기질할 때 뒤를 돌아보면 소가 날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달 2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달 2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계 복귀를 앞둔 이낙연 국무총리가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여야 할 것 없이 정치인으로서 해야 할 일을 도외시한 채 지지 세력만 챙기는 행태에 대한 비판이었다. 이 총리는 또 “자기 지지 세력만 뒤돌아보니 세력 간 거리는 멀어지는 경향이 있다”라고도 했다. 여야를 떠나 지난해 말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선거법·공수처법이 통과되는 과정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차기 대선 출마와 관련해선 "제가 성장기 때부터 책임감이 필요 이상으로 강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살았다”며 “책임질 일은 결코 회피하지 못 하는 그런 길을 걸어왔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설득’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응원단(지지세력)이 뭘 원하는지를 잊으면 안 되겠지만 거기에 함몰되면 안 된다. 빠져 있지 말라는 얘기”라는 말을 하면서다. 그러면서 정치인 혹은 정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지지 세력의 요구와 다를 때는 “설득을 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겉으론 비유와 은유를 통해 정치권의 문제를 지적한 내용이지만, 그 의미를 잘 살펴보면 특히 민주당에 대한 뼈 있는 충고·비판이 느껴진다”며 “내년 총선에 출마하면서 당에 끌려다니지 않고 제 목소리를 강하게 낼 것이란 예고를 하는 듯했다”고 말했다.

한국당을 향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 총리는 “그렇게 (극단적으로) 거칠게 하면 본인에게도 이익이 아니고 소속 정당에도 이익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당의 후배 대변인들에게 종종 하는 조언이라는 말과 함께 “우리 편 생각하지 말고 상대편 생각하지 마라. 중간 지대가 엄청나게 넓다”고 했다.

정계에 복귀한 이후의 계획을 묻는 질문엔 “묵직한 행보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총리는 “정책이란 어떻게 이행되고 어떤 맹점이 있을 수 있고 어디 가면 왜곡의 가능성이 있고 어떻게 되면 실패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거의 본능적으로 알게 됐다. 그걸 아는 만큼 더 진중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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