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워커홀릭… 요즘은 하비홀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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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나이로 살자, 이게 제 생활신조입니다."

살짝 웨이브진 머리, 핑크빛 화려한 넥타이, 시종일관 얼굴을 떠나지 않는 미소. 안현동 대원씨앤에이(4,730원 100 -2.1%)홀딩스 공동대표(56)는 흔히 말하는 '동안(童顔)'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분명 젊었다. 그가 가진 것은 단순히 나이보다 젊어보이는 외모가 아니라 젊은 '마인드'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스포츠 커뮤니케이션=안 대표는 자타가 공인하는 스포츠 마니아다. 그는 쉴새 없이 운동하며, 사람들을 만난다. 최근에 재미를 붙인 운동은 인라인스케이트와 볼륨댄스.

젊은 사람들이 하는 운동 아니냐는 말에 그는 "그래서 그 운동이 좋다"고 말했다. "젊은 사람들이랑 운동을 같이 하면 저도 덩달아 젊어지는 기분입니다. '나도 아직 이 정도는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자신감도 생기고요. 무엇보다 제가 하는 일이 워낙 젊은 감각을 유지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이 정도 노력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게 된 것은 2년전. 젊은 직원들이 삼삼오오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모습을 보고, 호기심이 생겨 인라인스케이트를 구입하면서 부터다. 내친김에 사내동호회까지 가입했다. 회원은 젊은 사원을 중심으로 20여명쯤 되는데 직급으로 보나, 나이로보나 그가 최연장자이다.

이제는 아예 사무실에 한켠에 인라인스케이트를 가져다 놓고 시간날 때 마다 직원들과 어울려 타러 나가곤 한다. 젊은 직원들이 사장님과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지는 않느냐는 말에 그는 손사래를 쳤다. "저 그렇게 권위적인 사장 아닙니다. 외려 직원들과 너무 격의없이 지내서 탈이지요.(웃음)"

그가 열중하는 또 하나의 운동은 볼륨댄스다. "이것도 시작한 지 한 2년쯤 됐어요. 동호회에 나가면 20살 입시준비생부터 70대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회원들이 있어요. 그들과 어울리면서 한바탕 자이브나 살사를 추고 나면 쌓였던 피로가 말끔히 풀리면서 기분이 좋아지지요."

안 대표는 지난 4월 직원들과 함께한 워크숍에서 그동안 갈고 닦은 댄스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사장이 체력테스트에서도 뒤지지 않고, 장기자랑에서도 젊은이 못지 않은 끼를 보여주니까 직원들이 저를 편하게 생각합니다. 그런 편안한 분위기가 자유로운 기업문화에도 도움을 주지요."

◇누구도 못말리는 승부욕=지금은 '취미생활 삼매경'에 빠져 잠자는 시간마저 아깝게 느껴진다는 안 대표. 사실 그는 누구도 못말리는 '워커홀릭'이었다. 1973년, 매형이자 현재 대원씨앤에이 회장을 맡고 있는 정욱 대표의 제안으로 애니메이션 사업에 뛰어 든 이후, 1990년대 중간까지 20여년간 집에 들어가지 못한 날이 들어간 날보다 많을 정도다.

"사업 초창기인 70 ̄80년대 우리나라는 애니메이션의 불모지였어요. 90년대 중반까지는 주로 일본과 미국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작업을 했지요. 해외작업이라 시차가 나는데다 작업 일정이 워낙 빡빡해서 야근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게다가 한번 펑크가 나면 곧바로 방송사고로 이어지는 일이었기 때문에 제가 손수 사후정리를 다 해야했어요. 회사에 간이침대를 하나 가져다 두고 거기서 살다시피 했지요."

그렇게 일 밖에 모르고 살기를 20년. 그 사이 대원씨앤에이는 출판사, 케이블TV방송국 등 8개 자회사를 거느린 국내 애니메이션 1등 기업으로 성장했다. '영심이' '달려라하니' '날아라슈퍼보드' 등 내로라하는 국내 애니매이션 대표작들이 모두 대원씨앤에이의 손을 거쳐갔다.

그렇게 사업이 안정되자 안 대표의 건강에 이상이 오기 시작했다. "심한 두통을 시작으로 건강에 무리가 오는 것이 느껴지더군요.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년간 일만 생각하느라 누리지 못한 개인생활에 대한 욕구도 커졌고요."

그렇게 해서 그는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테니스 라켓을 다시 잡기 시작하고, 체조를 하면서 새로운 운동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승부욕이 워낙 강한 성격이라서 뭐든 했다 하면 1등을 해야 직성이 풀립니다. 일 할 때는 물론이고, 지금 운동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젊은 사람보다 더 잘하고 싶기도 해요.(웃음)"

◇목표는 글로벌 No.1=과거에 일본 등 주로 해외 애니매이션 사업에 의존해왔던 것을 탈피, 지난해부터 독자적인 길을 준비하고 있다는 대원씨앤에이. 앞으로도 애니매이션을 주력사업으로 원소스멀티유스(one source multi-use)사업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좋은 작품이 나타나면 직접 제작에도 뛰어들 준비가 돼 있고, 게임 등 신사업 투자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국내 1등에 만족하지 않고, 글로벌 기업을 목표로 또 한번 승부욕을 발휘해 보겠습니다."
(출처=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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