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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없는 천사' 성금 훔친 이유가···"컴퓨터 수리점 내려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주 '얼굴 없는 천사' 성금 절도 사건의 용의자 중 한 명이 고개를 숙인 채 30일 오후 전북 전주완산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전주 '얼굴 없는 천사' 성금 절도 사건의 용의자 중 한 명이 고개를 숙인 채 30일 오후 전북 전주완산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전북 전주시 노송동에서 '얼굴 없는 천사'의 성금을 훔치다 체포된 일당은 컴퓨터 수리점을 열기 위해 절도 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전주 완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특수절도 혐의로 체포된 A(35)씨와 B(34)씨는 경찰 진술에서 "컴퓨터 수리점을 한 곳 더 열기 위해 기부금을 훔쳤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컴퓨터 가게를 운영하는 피의자 중 1명이 유튜브를 보고 직업이 없는 다른 1명에게 범행을 제안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날 오후 7시께 전북 전주 완산경찰서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낸 이들은 '왜 성금을 훔쳐갔느냐' '계획된 범행이었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연말이면 전북 전주시 노송동에 찾아오는 '얼굴 없는 천사'가 두고 간 성금이 사라져 30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사진은 성금을 두고 간 곳으로 추정되는 노송동주민센터 뒤 '희망을 주는 나무'. [연합뉴스]

연말이면 전북 전주시 노송동에 찾아오는 '얼굴 없는 천사'가 두고 간 성금이 사라져 30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사진은 성금을 두고 간 곳으로 추정되는 노송동주민센터 뒤 '희망을 주는 나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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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따르면 고교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이날 오전 10시쯤 노송동 주민센터 뒤편 '희망을 주는 나무 아래'에 얼굴 없는 천사가 두고 간 성금 6000여만원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언론 보도와 유튜브 등을 통해 이맘때쯤이면 얼굴 없는 천사가 기부금을 몰래 전달한다는 것을 미리 알고 범행 2~3일 전부터 현장 인근에 잠복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10시 3분께 주민센터에는 얼굴 없는 천사로 추정되는 한 남성으로부터 "주민센터 인근에 성금이 담긴 종이박스를 놓아뒀으니 확인해보라"는 전화가 걸려왔지만, 직원은 성금 상자를 찾지 못했다. 결국 오전 10시 40분께 성금이 사라진 것 같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목격자 진술과 주변 폐쇄회로(CC)TV 자료 등을 바탕으로 지난 26일부터 주민센터 주변에 세워져 있던 SUV 차량 1대를 특정하고 추적에 나서 일당을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A씨는 충남 논산에서, B씨는 대전 유성에서 체포했다. 경찰은 피의자들을 사건 관할지인 전주 완산경찰서로 압송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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