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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없는 천사' 성금 도난 4시간만에···용의자 2명 긴급체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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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과학수사대가 30일 전북 전주시 노송주민센터에서 '얼굴 없는 천사'가 기부한 성금을 찾고 있다. [뉴시스]

경찰 과학수사대가 30일 전북 전주시 노송주민센터에서 '얼굴 없는 천사'가 기부한 성금을 찾고 있다. [뉴시스]

'얼굴 없는 기부 천사'의 성금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지난 2000년부터 해마다 연말이면 전북 전주시 노송동에 '얼굴 없는 천사'가 두고 가는 성금으로 화제가 되어왔다.
그러나 두고 갔다는 성금은 간데없었다.
전주 완산경찰서와 전주시에 따르면 30일 오전 10시 3분 쯤 "주민센터 희망 사과나무 밑에 기부금을 놨으니 확인해보라"는 전화가 걸려왔다.

'얼굴없는 기부천사'가 성금을 두고 간 곳으로 추정되는 노송동주민센터 뒤 '희망을 주는 나무'. [연합뉴스]

'얼굴없는 기부천사'가 성금을 두고 간 곳으로 추정되는 노송동주민센터 뒤 '희망을 주는 나무'. [연합뉴스]

주민센터 직원들은 성금을 두었다는 나무 밑을 샅샅이 찾았으나 발견하지는 못했다.
익명의 기부 천사는 두 번에 걸쳐 전화를 하며  "성금을 찾았느냐. 못 찾을 리가 없다"고 확인했다.
이에 주민센터 직원들은 이날 오전 10시 40분 쯤 경찰에 "성금이 사라진 것 같다"고 수사를 의뢰했다.

30일 전북 전주시 노송주민센터 일근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얼굴 없는 천사가 기부한 성금을 수사하고 있다. [뉴시스]

30일 전북 전주시 노송주민센터 일근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얼굴 없는 천사가 기부한 성금을 수사하고 있다. [뉴시스]

얼굴 없는 천사의 전화를 받은 주민센터 직원은 취재진과 만나 "설마설마했는데…정말 성금을 훔쳐 갔을 줄 몰랐다"며 "비통하고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에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하는 등 성금을 가져간 용의자 뒤를 쫓았다
그러나 범행 현장을 비추는 CCTV가 없어 용의자의 정확한 인상착의를 확인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전주완산경찰서는 사건발생 4시간 만인 이날 오후 2시30분쯤  ‘얼굴 없는 천사’가 두고 간 성금을 훔쳐간 A(35)·B(34)씨를 특수절도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이들이 검거된 곳은 충남 계룡에 위치한 A씨의 집이었다.

얼굴 없는 천사는 2000년 4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58만4000원을 주민센터 인근에 놓고 간 것을 시작으로 매년 수천만∼1억원 상당을 기부했다. 그러나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단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다. 19년 동안 기부한 성금은 6억834만660원 이다.

오종택 기자

서소문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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