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시진핑 방한 전에 중국은 사드 보복 접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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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조경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조경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반대는 집요하다. 2014년 7월 방한해 사드 반대를 표명한 것이 시작이었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당시 주한 미군 사령관이 미사일방어(MD)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미국 의회에서 증언한 지 1년 뒤였다. 2016년 3월 박근혜 대통령과의 워싱턴 회담에서도 시 주석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사드 카드로 중국 이익 많이 챙겨 #새해 한·중 관계 새롭게 출발해야

하지만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이 고도화하면서 사드는 결국 배치됐고, 중국은 보복을 가했다. 벌써 3년이 지났지만, 시 주석의 사드 반대 방침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올해 두 차례 회담에서도 시 주석은 ‘타당한 해결’ 주문을 빼놓지 않았다.

중국이 외교·안보 문제로 다른 나라를 보복한 사례는 많다. 그렇지만 유독 한국에 대해서 모질고 길다. 한국을 가볍게 본다는 시각도 있지만, 그만큼 중국 입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지정학적 가치가 크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중국은 2010년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MD 정책이 확립되기 이전부터 미국의 부상하는 중국 포위 전략을 의식하고 있었고, 사드를 그 일환으로 단정했다. 2019년 7월 중국 국방백서에는 사드가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파괴하고 중국의 안보 이익을 저해한다고 적시했다.

그렇지만 중국은 이제 사드 정책이 형성된 과정과 본질을 직시하고 좀 더 솔직해져야 한다. 사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역대 한국 정부는 미국의 MD 참여 요구에 대해 ‘소극적 반대’라는 전략적 모호성을 취해 왔다. 이는 미·중의 길항(拮抗)적 외교·안보 환경에서 정세를 안정적·자주적으로 끌어가기 위한 나름의 노력이었다. 그러다 박근혜 정부에 와서 MD 정책의 흐름에 변화가 생겼고, 그것이 중국을 서운하게 한 측면은 없지 않다.

사드 배치를 전후해 한·미는 중국을 상대로 한 소통도 할 만큼은 했다. 한국은 정상회담 및 외교·안보 채널을 통해 “사드는 북한 핵 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자위적 방어 조치이며 중국을 해할 의도나 능력이 없다”고 누차 설명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2015~2017년 사드 능력에 관해 반복적인 브리핑 제안을 했지만 중국 정부가 거절했다고도 한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0월 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국회 답변 형식으로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의 MD 체계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3불 입장’을 천명했다. ‘대중 굴욕 외교’라는 비난도 감수했다.

사실 사드로 인해 중국이 얻은 것이 크다. 한국이 안보 사안을 놓고 중국의 입장을 무시하면 안 된다는 현실을 절감하게 했다. 무엇보다 북한 핵 미사일의 능력 진화를 감안할 때 사드는 중국이 중시하는 한반도 안정에 도움이 되면 됐지 교란자는 결코 아니다. 안정은 합당한 억지력을 구비했을 때 주어지는 것이다.

미국의 입장은 분명하다. 사드는 한·미 동맹이 결정한 것이며, 중국에 위협은 없기 때문에 중국이 관여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이 사드 말고도 중국을 감시할 전략 자산은 차고도 넘친다. 이 점은 중국이 더 잘 알고 있다.

때마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3~24일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신 남방 및 신 북방 정책과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접목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이 시점에서 사드로 인한 부당한 보복은 어울리지 않는다.

한국은 피해를 많이 봤다. 중국도 이제는 안분지족(安分知足)해야 한다. 주권 국가의 방어적 사드 배치 정책에 더는 왈가왈부(曰可曰否) 말아야 한다.

경자년(庚子年) 새해에 한·중 정상은 해묵은 사드 갈등을 털고 일어나 동북아 평화·번영의 길을 함께 선도하길 소망한다. 오는 상반기 시 주석의 방한이 새로운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조경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