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시론

위헌적 공수처와 ‘야매 검사’‘사이비 검사’의 등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이중환 변호사

이중환 변호사

한때 미군 부대에서 몰래 흘러나온 물품이나 수입이 금지됐던 일본 제품을 판매하는 ‘야매 시장’ 이 곳곳에 활개 친 적이 있다. ‘야매’의 어원은 ‘숨기다’‘어둡다’는 뜻을 가진 일본어 ‘야미[闇, 암(暗)과 같음]’가 한국으로 전해진 뒤 발음이 변형된 것이다.

공수처 수사대상 계속 확대 우려 #문제 있는 시스템 수수방관 안 돼

초임검사 시절 필자를 지도한 상관들과 명쾌한 조언을 해준 선배들은 “검사가 성실하지 못해 사건처리 능력이 부족하거나 공정하지 못한 결정을 하면 ‘야매 겐지(檢事·검사)’가 된다”는 말로 독려했다.

대한민국의 검사는 수사와 사건처리 과정에서 법률가의 기능, 즉 판사에 준하는 준사법관(準司法官) 역할과 사건을 직접 수사하는 수사관 역할이라는 이중적 기능에서 출발했다. 검찰이 직접 수사를 시작할 것을 요구하는 국민의 수요에 부응해 검사의 수사관 기능이 확대되면서 준사법관 역할은 축소된 것처럼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금도 많은 검사가 준사법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헌법은 기본권에 관한 제12조(신체의 자유)를 규정하면서 수사기관의 강제처분절차 등에 관한 특별규정인 제3항에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영장주의를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려면 ‘검사의 신청’에 의한 영장을 필요로 한다. 영장 신청권자를 검사로 한정한 것은 1962년 헌법 개정 이래 계속돼 왔다.

1987년에 현행 헌법 개정 당시에도 헌법 제정 권력자인 국민은 ‘헌법 제12조 제3항의 검사는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검찰청법의 규정에 의해 임명되고, 검찰청에 소속된 검사를 뜻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헌법 개정안에 동의한 것으로 해석해야 마땅하다.

헌법재판소도 특별검사와 같은 제한적·예외적인 검사를 ‘입법부의 재량’으로 인정하면서도 원칙적으로는 “헌법 제12조 제3항이 수사단계에서 영장의 발부를 신청할 수 있는 자를 검사로 한정함으로써 검사 아닌 다른 수사기관의 영장 신청에서 오는 인권 유린의 폐해를 방지하고자 함에 있다”고 했다(96헌마28 등).

그런데 격렬한 반대에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법이 통과되면서 검찰청법 규정에 의해 임명되고 검찰청에 소속된 검사가 아닌, 헌법 취지에 반하는 야매 검사가 새해에 등장하게 됐다. 야매 검사가 신청한 영장을 심사하는 판사가 “헌법이 예정한 검사가 청구한 영장이 아니므로 기각한다”는 취지로 영장을 기각하는 것이 헌법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공수처의 야매 검사는 강제수사권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야매 검사가 필요할 정도로 기존 검찰청과 검사의 잘못이 크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헌법 취지에 반하는 야매 검사와 그 조직을 왜 설립했는지 무척 궁금하다.

위와 같은 논거에서 본다면 야매 검사는 사이비 검사라고 부를 수도 있다. 사이비(似而非)라는 말은 공자의 ‘오사이비자(惡似而非者)’에서 나온 말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한 듯하나 실제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즉 ‘가짜이지만 진짜와 혼동하게 하기 때문에 공자가 혐오하였던 인물’이다.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일반 국민이 아닌 판사·검사 등으로 한정한다는 이유로 위와 같은 위헌적 시스템에 대해 수수방관하면 안 된다. 수사 대상은 얼마든지 확대될 수 있다. 공공의 이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이유로 교수, 상장기업 임원, 의료시설에 종사하는 의료인 등으로 공수처의 수사대상자는 계속 확대될 수 있다. 우리는 그 끝을 알 수 없다. 이런 야매 검사 또는 사이비 검사가 헌법과 기존 법률에 의해 임명된 준사법관인 검찰청 소속 검사로부터 보고도 받고, 사건 송치를 명할 수 있다고 한다. 밀과 비슷한 ‘가라지(Weed)’가 불에 태워지는 날은 언제일까(마태복음 25:30).

이중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