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거부냐, 권은희 수정안이냐…고민 깊어지는 한국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공수처 반대냐, 차악을 위한 투표냐’
30일 저녁 표결 처리가 예상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을 두고 자유한국당이 고심에 빠졌다. 당초 한국당 입장은 공수처 도입 반대였다. 하지만 바른미래당 비당권파인 권은희 의원이 공수처의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꼽히는 ‘고위공직자 범죄 인지 즉시 통보’ 조항을 삭제한 수정안을 내놓자 "차악이라도 선택해야 한다"는 기류가 당내에 퍼지고 있다. 한국당은 오후 5시 의원총회를 통해 최종 입장을 결정할 방침이다.

한국당의 고민, 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그간 한국당은 공수처가 '야당 탄압 기구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 등을 들어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게다가 지난 24일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합의한 공수처 단일안이 발의되자 "원안에 없던 독소조항이 대거 포함됐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변수가 등장했다. 지난 4월 공수처법 원안 중 하나를 대표발의했던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4+1의 단일안에 대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한 법안"이라고 반발하며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이다. 여기엔 권성동·장제원·정점식 의원 등 한국당 의원 11명도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장 의원은 "최악은 막아보자고 서명했다"며 수정안 서명 이유를 설명했다.

4+1 협의에 참여한 바른미래당 당권파 소속인 박주선·김동철 의원 등도 공수처 단일안 반대 의사를 밝히며 권은희 수정안에 서명했다. 한국당의 동참 여부에 따라 4+1 단일안에 앞서 표결하는 권은희 수정안의 가결 가능성이 작게나마 생긴 것이다.

한국당의 고민도 여기서 출발한다. 공수처 설치엔 반대하지만, 지금으로선 한국당만으로 본회의에 상정된 공수처법을 부결시킬 가능성은 극히 낮다. 그렇다고 권은희 수정안에 마냥 찬성하는 것도 어려운 이유는 지금까지 공수처에 원칙적으로 반대해 온 입장을 뒤집는 것이어서다.

한국당이 '찬성 당론'을 모은다고 해도 권은희 수정안이 가결된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본회의 통과를 위해선 재적 295명을 기준으로 과반(148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한국당 108명에 바른미래당 유승민계와 비당권파 15명, 기타 무소속 의원 등을 더해도 140석에 조금 모자라는 상황이다. 무기명 투표로 진행될 경우 4+1 협의체 소속 의원 가운데 추가 이탈 표를 기대할 순 있지만, 투표 방식이 변경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최종적으로 당 의원총회에서 당론을 모아봐야겠지만 현재로선 권은희 수정안에 찬성 당론을 모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무기명으로 투표 방식이 변경되지 않으면 공수처 표결 처리에 불참하는 방안도 고려 대상"이라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