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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관 보내고 외로웠다" 봄여름가을겨울 33년만에 동창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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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홍대 앞 소극장에서 앨범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를 연 봄여름가을겨울과 빛과소금. [뉴스1]

27일 서울 홍대 앞 소극장에서 앨범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를 연 봄여름가을겨울과 빛과소금. [뉴스1]

봄여름가을겨울 원년 멤버들이 33년 만에 다시 뭉쳤다. 지난해 12월 27일 신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드러머 전태관의 1주기를 맞아 1986년 김현식의 백밴드 봄여름가을겨울로 활동했던 기타리스트 김종진(57), 베이시스트 장기호(58), 키보디스트 박성식(58)이 모여 미니앨범 ‘리유니언(Re:Union)’을 발표한 것. 이번 앨범엔 ‘난 언제나 널’ ‘동창회’ ‘행복해야 해요’ 등 신곡 3곡과 리메이크 곡 2곡 등 모두 다섯 곡이 담겼다.

33년 만에 다시 만난 봄여름가을겨울 #김현식 백밴드로 출발한 빛과소금 재회 #동창회 하는 마음으로 ‘리유니언’ 발매

27일 서울 홍대 앞 소극장 더 노라 스테이지 와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세 사람은 “이런 자리가 너무 오랜만이라 생소하다”면서도 동창회에 온 듯한 즐거운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박성식은 “실제 후암초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한동네에서 자라서 그런지 이번 타이틀이 더 의미가 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종진은 “오전에 태관이 영면해 있는 용인에 다녀오면서 함께 앨범을 들어보니 옛 생각이 더 많이 났다”고 덧붙였다.

88년 김종진과 전태관이 2인조 밴드 봄여름가을겨울로 독립한 데 이어 90년 장기호와 박성식이 빛과소금을 결성하면서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이들을 한데 모은 것은 김종진이다. 지난해 트리뷰트 프로젝트 앨범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방법’을 발표하고 올 초 30주년 공연을 진행한 김종진은 “태관을 기리는 음악 작업을 함께 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게스트로 무대에 섰던 빛과소금도 “더 늦기 전에 진행하자”며 흔쾌히 응했다.

“만남보다 헤어짐 많아…더 늦기 전에 뭉쳐”

33년 만에 앨범 작업을 함께 한 박성식, 김종진, 장기호. [사진 봄여름가을겨울]

33년 만에 앨범 작업을 함께 한 박성식, 김종진, 장기호. [사진 봄여름가을겨울]

“어느덧 만남보다 헤어짐을 더 많이 경험하는 나이가 됐다”는 고백처럼 이들은 몇 차례의 이별을 함께 견뎌낸 사이다. 함께 밴드를 하던 유재하를 87년 교통사고로 먼저 떠나보낸 데 이어 김현식까지 90년에 간 경화로 세상을 뜨면서 “하늘은 천재를 먼저 데려가는구나”라며 한탄하기도 했다고. 이들은 “김현식과 함께 한 건 1년 반 남짓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말 많은 걸 배웠다”고 입을 모았다.

“그동안 많이 외롭기도 하고 자존감이 떨어지기도 했는데 형들과 다시 작업하면서 세상에는 아직도 대가가 많다는 걸 깨달았어요. 첫 앨범을 만들던 때와 비슷한 환경에서 앨범을 만들고 싶어서 정말 딱 3주 전에 연락했거든요. 만들어둔 곡도 없이 태관이 다니던 서강대 앞 스튜디오에서 만나서 맞춰보는데 지난 세월이 전혀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악기 안 잡은 지 오래됐다, 연습 하나도 못 했다 하더니 다 엄살이었던 거죠.”(김종진)

각각 서울예대와 호서대 실용음악과 강단에 선 지가 더 오래된 장기호와 박성식은 부담감이 적지 않았다고. “처음엔 학생들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컸는데 이번 앨범을 통해서 내려놓고 나니 너무 즐겁고 행복하더라고요. 옛날엔 종진이랑도 정말 많이 다퉜거든요. 음악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그런데 서로 존중하고 절제하는 법을 알게 된 상태에서 다시 만나니 아집에 갇히지 않고 견해를 넓혀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장기호)

“힘들지 혼자 외롭지…항상 행복해야 해요”

지난해 12월 27일 세상을 떠난 드러머 전태관. [사진 봄여름가을겨울]

지난해 12월 27일 세상을 떠난 드러머 전태관. [사진 봄여름가을겨울]

이번 앨범에 수록된 신곡 3곡은 마치 한 사람이 쓴 것처럼 매끄럽게 이어진다. 장기호가 쓴 ‘난 언제나 널’이 “힘들지 혼자 외롭지 그래 눈물만 흘리지”라고 먼저 떠난 보낸 이를 그리워한다면, 박성식이 쓴 ‘행복해야 해요’는 “아팠던 계절이 수없이 바뀌어도 행복해야 해요”라며 남은 이를 다독이는 식이다. “소리쳐 부르자 추억의 노래를 보석보다 찬란한 그 순간이 영원히 함께 하길 바라며”라고 이들의 목소리가 포개지는 것을 듣고 있노라면 코끝이 찡해진다. 김종진은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삶에 대한 노래라면, ‘동창회’는 죽음에 대한 노래”라고 설명했다.

빛과소금의 ‘오래된 친구’와 봄여름가을겨울의 ‘보고 싶은 친구’는 서로 바꿔 불렀다. 김종진은 “봄여름가을겨울 1집에 수록된 ‘보고 싶은 친구’는 유재하 군에게 바치는 곡이었는데 기호 형이 태관을 생각하며 부르니 느낌이 또 달랐다”고 소회를 밝혔다. 박성식은 “작업하는 내내 마음 한켠에 태관이가 함께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며 “우리 모두 연주자 출신이지만 과도한 효과를 지양하고 아주 담백하게 표현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향후 활동 계획은 미정이다. 33년 만의 재회에 여기저기서 러브콜이 쏟아졌지만 “아직 연습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전부 거절했다. “사실 오랫동안 무대를 떠나 있었기 때문에 두렵기도 해요. 얼른 자신감을 회복해야 할 텐데. 일단 저희 노래를 듣고 멀리 떨어져 있는 분들이 다시 한번 만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장기호) “저는 음악가들이 음악의 바다를 항해하는 선원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영감을 받으면 육지에 있는 분들에게 전서구를 띄우는 거죠. 그게 잃어버린 아날로그 감성일 수도 있고, 레트로가 될 수도 있는데, 많은 분이 공감해주시면 또 좋은 기회가 있지 않을까요.”(김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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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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