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크리스마스 선물'은 없었다. 작년처럼 트럼프-김정은 친서 오갈까.

중앙일보

입력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중앙포토]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중앙포토]

북한이 예고했던 ‘크리스마스 선물’은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꽃병일수도 있다”며 상황 반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레드라인은 넘지 않을 것이라는 미 정부 차원의 판단이 반영된 것일 수 있다.

그러면 지난해 12월 말처럼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친서 외교’는 어떨까.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6월 첫 북·미 정상회담 이후 연말까지 침묵을 지키다가, 2018년을 하루 남겨 놓은 12월 30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극적인 반전을 맞은 적이 있다. 이번에도?

①친서, 누가 먼저 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월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악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월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악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편지를 띄울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에서 탄핵 절차가 진행 중인 와중에도 북한 문제에서 관심을 놓지 않았다. 20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했고, 21일(현지시간)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통화했다. 그만큼 한반도 상황을 위중하게 보고 있다.

이달 15~18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방한했을 때도 비건 대표가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왔을지가 주요 관심사 중 하나였다. 때문에 판문점으로 향하는 통일로에 취재진과 카메라가 진을 치는 풍경이 벌어졌다. 그러나 정부 소식통들은 “비건 방한 기간 친서 전달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새로운 길’을 고심중인 김 위원장이 움직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먼저 움직일 가능성은 다소 낮다는 게 외교가의 중평이다. 김 위원장은 일단 12월 말까지는 노동당 전원회의와 1월 1일 신년사 작성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직 고위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이 ICBM 도발을 하게 되면 추가 유엔 안보리 제재라는 덤터기만 쓸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북한 입장에선 중국과 러시아를 등에 업고 제재의 일부 완화라도 얻어내는 게 이득일 수 있다. 섣불리 트럼프 대통령과의 끈을 놓으려 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②어느 루트로 오갈까

 2018년 6월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댄 스캐비노 트위터 캡처]

2018년 6월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댄 스캐비노 트위터 캡처]

북·미 간 친서를 주고 받는 루트는 크게 외교당국과 정보당국으로 나뉜다. 지난 8월 초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으로부터 아름다운 편지를 인편으로(hand delivered) 받았다”고 한 적이 있다. 이 때 미 국무부 고위 관리가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의 친서를 직접 받아왔다. 그보다 앞선 7월에는 앨리슨 후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담당 보좌관이 판문점에서 북측 인사를 만나 6ㆍ30 판문점 회동 때 양국 정상 사진을 교환하기도 했다.

다수의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는 앤드루 김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과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 겸 노동당 부위원장 등을 중심으로 한 정보당국 채널도 활발하게 돌아갔다. 그러나 최근에는 주유엔 대사관을 중심으로 한 뉴욕채널이 거의 전부라고 한다. 주한 미 대사관이 전달 루트가 된다면, 비건 대표 등 미 고위급 인사의 방한 일정에 관계 없이 친서가 오갈 수 있다.

③“지난해와 상황 달라” 실제 성사 가능성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 2일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친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유튜브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 2일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친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유튜브 캡처]

친서 외교가 성사되면 그 자체로 극적 반전이다. 하지만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북·미 어느 쪽도 섣불리 먼저 움직이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북·미 대화는 올해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북한이 비핵화를 실제 하느냐, 마느냐의 ‘진실의 순간’에 닿아 있기 때문이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를 통해 뭔가를 약속하지 않는 이상 김 위원장 입장에선 친서 카드가 별로 와닿지 않을 것”이라며 “이를 알고 있는 미국도 먼저 친서를 띄우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북한 입장에선 내부적으로 먼저 정리돼야 할 것”이라며 “일단 전원회의에서 새로운 길을 비롯한 전략노선을 어떻게 명시할지 정리가 돼야 움직일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유정·위문희 기자 uu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