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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없이 시동 건 광주형 일자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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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최경호 기자 중앙일보 광주총국장
최경호 광주총국장

최경호 광주총국장

26일 오전 광주광역시 빛그린국가산업단지. 중앙부처와 광주시 관계자 등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광주 자동차공장 기공식이 열렸다. 지역 경제발전과 고용절벽 해소를 목표로 추진된 ‘광주형 일자리’가 첫 삽을 뜨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노사 상생에 기반을 둔 자동차공장 착공식에 노동계 인사들은 보이지 않았다. 지역 노동계가 “광주시의 진정성이 결여됐다”며 행사에 불참해서다. 그동안 노동계는 노동이사제 도입과 노사책임경영 등을 요구하면서 광주시와 갈등을 빚어왔다. 광주시는 노사책임경영이라는 원칙에는 찬성하면서도 2대 주주인 현대차의 반발 등을 고려해 중간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노동계는 이런 광주시의 태도에 문제를 제기하며 또다시 전면 보이콧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직접 노동계 달래기에 나섰다. 공장 착공식을 이틀 앞둔 지난 24일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노동계의 동참’을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노동계와 상생의 동반자로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저의 진정성은 단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다”며 “자동차공장 착공식에 노동계가 참석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노총 측은 “지난 1년간 노사정 협의회는 제대로 열리지도 않았고, 노동계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불참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 “광주형 일자리 참여를 약속한 노동계가 번번이 제동을 건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와의 차공장 투자협약식 등 주요 행사 때마다 반대 의사를 보여와서다. 노동계가 불만을 표현해야만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광주시의 미온적인 태도 역시 현재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말도 나온다.

광주형 일자리는 노·사·민·정 대타협을 강조한 산업공동체를 주창하면서 주목을 받아왔다. 노동계에서 적정임금·적정노동이라는 대원칙과 임금·단체협약 5년간 유예조건을 받아들이면서 “통 큰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도 받았다. 광주형 일자리의 성공을 위해선 노동계가 또 한 번 통 큰 결단을 내려줘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광주시 역시 ‘노사 상생 협력’이라는 구호를 넘어 보다 적극적으로 노동계의 말에 귀를 기울일 때다.

최경호 광주총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