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당시 암매장된 희생자를 추적해 온 법의학자가 최근 광주교도소에서 발견된 구멍 뚫린 두개골에 대해 "총상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육안 감식 소견을 내놓았다.
"사망과 두개골 뚫린 시점 시차 있어보여" #5·18과 관련성 확인하려면 정밀감식 해야 #뒤죽박죽에 보존 상태 안좋아 장기화 우려
지난 19일 옛 광주교도소에서 발견된 신원미상 유골 40여구와 5·18의 관련성을 확인하기 위한 DNA 정밀감식에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박종태 전남대학교 법의학과 교수는 25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광주교도소에서 발굴된 신원미상 유골 중 구멍 뚫린 두개골을 봤을 때 총상일 가능성이 떨어진다"며 "5·18과 연관성을 확인하려면 정밀감식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지난 23일 광주과학수사연구소 관계자와 법의학 전문가들과 함께 미확인 유골들을 육안 감식한 바 있다.
법무부는 지난 19일 옛 광주교도소 부지 무연분묘에서 신원미상 유골 40여 구를 발굴했다. 이 유골들이 5·18 당시 사라진 행방불명자들의 유골인지는 확인되진 않았다.
옛 광주교도소는 5·18 사적지 제22호로 지난 1980년 5·18 당시 항쟁에 참여한 시민군과 무고한 시민들이 옥고를 치렀던 곳이다. 5·18 기간 동안 광주교도소에 주둔하던 계엄군이 담양과 순천으로 이동하던 차량에 총격을 가해 시민 수십명이 희생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에 발견된 미확인 유골 40여 구 중 구멍이 뚫린 두개골을 놓고 계엄군에 의해 희생된 시민의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박 교수 등은 총상에 의해 두개골에 구멍이 뚫리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총상에 의해 사망했다면 두개골 외부와 뚫린 쪽의 단면 색깔이 일치해야 하는데 살펴본 두개골은 달랐다"며 "사망과 두개골이 뚫린 시점에 시차가 있다는 것인데 광주교도소가 1971년 동구 동명동에서 북구 문흥동으로 이전할 때 묻힌 유골이었다면 이장과정에서 손상됐을 수도 있다"고 했다.
앞서 진행된 육안감식은 발굴된 유골 중 무작위로 선별된 일부에 대해서만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교수는 "확인하지 못한 나머지 유골 모두를 확인한 것은 아닌 만큼 정밀감식을 거쳐 5·18과 관련성을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감식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은 정밀감식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교수는 "유골들은 최초 발견될 때 뒤죽박죽 섞인 채였고 조각난 파편들도 상당수였다"며 "감식을 하려면 개체별로 구분하고 퍼즐처럼 맞춰내는 분류작업을 해야 하는데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감식작업이 짧아도 6개월 혹은 1년 이상 장기화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유골의 보존 상태도 좋지 않아 DNA 추출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광주교도소는 1908년 '광주감옥'으로 개청해 1912년 현재의 동구 동명동에서 1971년 7월 북구 문흥동으로 이전했다. 이후 시설 노후화로 2015년 10월 북구 삼각동으로 옮겨갔다. 신원미상 유골 40여 구는 정밀감식 작업을 거치기 위해 강원도 원주에 있는 국과수 본원으로 옮겨진다.
광주광역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