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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대한 대북제재 완화···청와대 "다양한 노력 필요 입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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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ㆍ중 정상회담의 최대 관심사는 '크리스마스 선물' 도발을 예고한 북한을 멈춰 세울 묘안이 나오느냐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오전 11시 30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55분간 정상회담을 했다. 상당 부분 이 문제를 두고서다. 당초 회담은 30분으로 예정됐지만 25분이나 늘어났다.

“중·러 안보리 결의안도 논의…필요하다 생각”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회담에 앞선 모두발언에서 ”북·미 대화가 중단되고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최근 상황은 양국과 북한에도 결코 이롭지 않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회담이 비공개로 전환된 뒤 “한반도의 긴장 상황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언급했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그러면서 “중·한(한·중)은 북·미가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나가게 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연말 시한 앞두고 23일 한·중 정상회담

청와대 관계자는 “정상회담에 이어 업무 오찬에서도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이야기가 허심탄회하게 굉장히 오랫동안 오갔다”고 전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북한이 미국을 향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거론한 25일을 이틀 앞두고 진행된 만큼 관련 의제가 깊이 있게 다뤄졌다는 설명이다.

비공개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중국이 지난주 유엔 안보리에 제출한 '대북제재 일부 해제 결의안'도 논의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제출한) 안보리 결의안에 대한 얘기도 있었다”며 “이 결의안에 대해 (한국) 정부도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17일 러시아와 함께 수산물ㆍ섬유와 남북 철도 연결 사업 등에 대한 안보리 제재를 풀어주자는 취지의 결의안을 제출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는 현재 한반도의 안보 상황이 굉장히 엄중한 시점에 있는 상황 속에서 다양한 국제적 노력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중·러의 '안보리 제재 일부 완화' 움직임에 힘을 실어주는듯한 모양새다. 이미 '시기상조'라며 반대 의견을 명시적으로 밝힌 미국에는 일정 부분 불편한 메시지일 수 있다.

물론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 시험을 단행하는 등 ‘레드라인’의 문턱을 넘을듯한 움직임을 보이자 당장 북한의 도발 자제를 위해 한·중이 전략적으로 '대북 제재 완화' 메시지를 발신한 것일 수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는 없다”고 했지만, 북한을 대화 트랙으로 복귀시키기 위한 뭍밑 움직임도 논의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통상 대통령과 함께 움직이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이날 문 대통령보다 먼저 중국에 들어와 있었다. 카운터파트인 양제츠(杨洁篪) 외교담당 정치국위원과 대북 대응 방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文, 홍콩ㆍ신장은 中내정” 발표한 중국…외교 결례 논란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회담에서 시 주석은 미국을 향한 비판을 빼놓지 않았다. 시 주석은 모두 발언에서 “현재 보호주의와 일방주의, 패권적인 행태가 흐름을 거슬러 움직이며 글로벌 거버넌스를 교란하고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설명에 따르면 시 주석은 비공개 회담에선 "한·중 양국이 손을 잡으면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 이것은 나의 진심 어린 발언"이라며 한·중 관계의 발전을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을 끌어들이기 위해 전례 없는 발언을 한 것이다.

시 주석은 또 "세계적으로 100년 동안 없었던 큰 변곡에 대해 우리는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곡'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거세진 미국 우선주의를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한·중은 공동운명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라는 언급을 했다"고 소개했다.

중국 정부는 특히 문 대통령이 “홍콩 관련 일 또는 신장(위구르 자치지역)과 관련된 일이든 모두 중국의 내정에 속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인권민주주의법(홍콩인권법)’에 서명했고, ‘2019 위구르인권정책법(위구르 인권법)’이 이달 초 통과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미국의 음흉하고 악랄한 속내가 드러났다”며 강하게 반발했는데 대놓고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이 중국 손을 들어준 것처럼 발표한 것이다.

청와대는 “홍콩·신장 문제에 대해 시 주석이 이 문제들은 중국의 내정문제라고 설명했고 문 대통령은 시 주석의 언급을 잘 들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을 뿐”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하지만 향후 외교적 결례 논란을 자초할만큼 중국의 '한국 끌어들이기'는 집요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게재한 발표문에서 '한국 측' 발언으로 소개해 문 대통령이 먼저 이야기한 것처럼 전했기 때문이다.

미·중 간 전략경쟁 속에서 대북 문제나 경제협력 등에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한 발언은 한국 쪽에서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과 한국의 신남방ㆍ신북방정책 간의 연계 협력을 모색하기로 합의했고 구체적인 공동보고서도 나왔다”며 “이를 토대로 제3국에 공동 진출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남은 사드 앙금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와 관련한 앙금은 답보 상태였다. 문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잠시 서로 섭섭할 수는 있지만, 양국의 관계는 결코 멀어질 수 없는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드 사태 이후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 단체여행 제한 등 양국 관계 회복이 여전히 더딘 것을 암시하는 발언이었다.

반면, 시 주석은 양국 간 교류를 설명하면서 ‘문화’ 항목은 쏙 빼고 발언했다. 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교육, 체육, 미디어, 청소년, 지방 등 영역에서의 교류를 잘 진행해 양국 인민(국민)의 우호적인 감정을 증진시키자”고만 했다.

 베이징=권호 기자, 이유정ㆍ위문희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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