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소금 원산지 표시, 국산 천일염에 기회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김양수 해양수산부 차관

김양수 해양수산부 차관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 이 땅에 온 예수는 빛과 소금의 삶을 살라고 가르쳤다. 어둠을 밝히는 빛, 음식의 맛을 내고 부패를 막는 소금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요소다.

소금은 염화나트륨이 주성분이지만 여타 성분의 함량이나 생산 방식에 따라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어떤 소금을 쓰느냐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국산 천일염의 경우 마그네슘·칼륨 등 미네랄 성분의 함량은 높고 나트륨 함량은 낮은 편이어서 명품 소금으로 평가받는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국산 천일염으로 담근 김치가 외국산 소금으로 담근 김치에 비해 맛과 저장성이 우수했다. 그뿐만 아니라 발효과정에서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효소로 인해 항암 물질의 함량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신토불이(身土不二)가 비단 이 땅에서 난 먹거리에만 해당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우리 바다에서 생산된 천일염도 우리 식단에 가장 잘 맞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도 천일염에 대한 수요가 계속 줄면서 가격이 내려가 염업에 종사하는 분들의 걱정이 많다. 김치를 담글 때 쓰는 절임 배추가 해외에서 다량 수입되는 것도 천일염 수요 감소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수입 절임 배추는 값싼 외국산 소금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아 구체적으로 어떤 소금을 쓰는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국산 김치에 사용되는 소금도 그동안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이에 더해 유통업자들이 중국산 소금을 국산 천일염으로 속여서 유통하다가 적발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그러다 보니 소금 원산지를 둘러싼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지는 실정이다.

이런 소비자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내년 1월부터 김치류·절임류에 사용되는 소금의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소금을 많이 사용하고 발효식품이 많은 우리 식문화를 고려할 때 꼭 필요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가공품의 원료로 사용되는 소금을 원산지 표시 대상으로 의무화한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김치류·절임류에 사용되는 소금의 원산지 표시 의무화가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과 함께 가공업계의 적극적인 참여와 소비자의 관심이 필요하다. 좋은 제도를 잘 살려 국민의 식탁을 맛있고 건강하게 지키고 우리 천일염 산업도 새롭게 도약하길 기대해 본다.

김양수 해양수산부 차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