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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평화기원 가톨릭 최대 축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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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제44차 세계성체 대회가 4일부터 8일까지 서울에서 열린다.
세계성체대회는 전 세계 교회대표와 신도들이 한자리에 모여 예수그리스도의 최후의 만찬의 실현인 가톨릭 제사(성체성사)의 참뜻을 되새기고 그 은총을 음미하는 10억 가톨릭 신도의 가장 큰 축제다.「그리스도, 우리의 평화」를 주제로 한 이번 대회는 세계의 불화와 불일치를 분단의 비극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한국에서 헌신적 사랑으로 온 인류를 한몸이 되게 하는 성찬의 뜻을 함께 새기게 하는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서울의 세계성체대회에는 교황 요한 바오로2세를 비롯, 1백여개국에서 1만 여명이 참가한다.
폴란드·헝가리·유고·소련의 리투아니아공화국·베트남 등 공산권국가도 참가한다. 특히 정부가 25일 북한 가톨릭 신도의 성체대회참가를 승인함으로써 우리에게 더 큰 의의를 지니게됐다.
제44차 세계성체대회의 주제와 행사를 알아본다.

<4일 (평화의 날)>
5일부터 시작되는 본 행사의 전야제.
이날은 프란체스코성인 축일이다. 청빈생활과 평화의 기도로 유명한 성프란체스코를 본받아 온 세계 인류가 일치와 평화를 위해 노력하자는 의미에서 3부의 행사가 준비되었다.
제1부에서는 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진 세상에서 평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평화의 실천자를 강조하는 기조강연이 있게 된다. 브라질의 돔 헬더 카마라 대 주교가 기조강연을 맡는다.
카마라 대 주교는 브라질 동북지방 올린다 레시페 지역의 대주교로 해방신학의 한 지주다. 그는 실천적 신앙을 통해 억눌린 자들의 정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여러 가지 이유로 어려움을 겪는 평화의 피해자들이 어떤 것이 오늘의 평화에 반대되는 것인지 「증언」을 한다.
김수환 추기경은 이날 「세계 평화의 날」을 선언한다.
제2부에서는 가톨릭·개신교·성공회와 비그리스도교 지도자 등 8개 종단 지도자들이 모여 세계평화를 기원한다. 제3부는 「평화의 축제」.

<5일(감사의 날)>
오후3시반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개최 미사를 갖는다. 국내외 사제단·주한외교사절·국내외 신도 등 1만8천명이 참석한다. 개회 미사는 김수환 추기경과 주교단·사제단 공동 집전으로 「주님의 말씀 따라」를 주제로 봉헌된다. 개회 미사에서 축성된 성체는 사제들이 본당으로 봉송한다.
저녁에는 여러 본당과 가정에서 「한가족만찬」을 갖는다.
민박 가정에서는 성체대회기간 중 머무를 외국 교우들과 만찬을 한다. 「한가족 만찬」에는 외로운 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 등 소외된 사람들이 초대되도록 권유되고 있다.

<6일 (회심의 날)>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혀 죽음당한 성금요일을 기린다는 뜻에서 기도행사가 중심이 되어 진행된다.
오후8시부터 다음날 새벽6시까지 잠실체육관에서 약 2만명이 참가하는 철야기도회가 열린다.
「한반도의 평화-그리스도교적 관점」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이 오전9시 올림픽회관 회의실에서 열린다. ▲성서적 입장에서 본 평화 ▲분단의 역사와 한국교회 ▲한반도 평화의 현실 ▲한국교회와 평화운동 등 네 분야로 진행된다.
「이웃과의 만남과 나눔」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이 가톨릭 의대 강당에서, 「세계평화와 교회」를 주제로 한 강연회가 역도 경기장에서 각각 열린다.

<7일(일치의 날)>
교황 요한 바오로2세가 엠마우스 성 시간에서 강론하고 젊은이 성찬제 제2부 행사인 「일치와 평화를 위한 미사」를 집전한다.
엠마우스성 시간은 성체안에 현존하는 예수를 예배하고 모든 사람이 성체안에서 하나이며 성체로 생명에 이르게됨을 고백하는 시간이다.
교황은 이날 체조경기장에서 「일치와 평화를 위한 미사」를 집전하고 오후 8시부터 참가한 젊은이들과 대화시간을 마련, 평화를 위해 젊은이들이 해야할 역할을 이야기한다.
이날 윤공희·지학정 대주교가 이끄는 평화통일기원 미사가 경기도 파주군 도라산 전망대에서 올려진다.

<8일(축제의 날)>
세계성체대회의 최대 행사인 장엄미사가 여의도 광장에서 올려진다. 국내외 신도 60여만명이 모일 이날 미사는 요한 바오로2세가 집전한다.
장엄미사는 서울대회의 주제인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를 확인하고 미사를 통해 인류의 평화와 민족의 통일을 기원하며 화해·용서·사랑을 강조한다. 미사가 끝난 후 참석자들은 교황과 함께 예수의 생애를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평화의 메시지를 발표하고 서울대회를 끝낸다.

<학·예술행사>
서울성체대회를 전후하여 각종 학·예술행사가 준비되었다. 9월 30일 서울동천고등학교에서 「2000년대의 교회」를 주제로 국제학술회의가 열렸다. 가톨릭대학 신학부가 주최하는 이 학술회의에는 독일의 카스퍼주교등 세계적인 신학자와 국내 가톨릭, 개신교 신학자·동양사상가 등이 참석했다.
대회기간 중에는 「제찬과 성찬」,「한반도의 평화-그리스도교적 관점」등의 심포지엄이 계획되어 있다.
5일 오전 9시 30분 올림픽회관 회의실에서 열리는 「제찬과 성찬」에서는 유교·불교· 가톨릭 등 종교에서의 「먹는 것」에 대한 의미를 알아본다.
예술행사는 축제형식으로 준비되었다. 가톨릭 문우회의 「문학의 밤」이 지난달 23일 있었고 서울 가톨릭미술가협회의 「평화미술전」이 9월 30일부터 오는 9일까지 올림픽 테니스경기장에서 열린다.
폴란드 크라코우 교향악단의 자선공연이 4일 오후 1시 명동성당에서 열린다.
이번 예술행사의 하이라이트는 4일 오후 7시부터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3부로 나뉘어 진행되는 전야제 중의 「평화의 축제」다. 화해를 주제로 음악·무용과 마당놀이 형식을 빌려 반성과 화해를 촉구하는 대동굿을 벌인다.
축제는 우리의 제천의식을 소재로 한 무용극으로 시작, 우리의 근·현대사를 담은 역사 맞이 대동굿으로 이어지고 우리 역사속의 6·25, 5ㆍ17 등으로 빚어진 불신과 증오를 이겨내려는 민중의 힘과 평화통일에의 의지를 그려낸다.

<성체대회>
제1차 세계성체대회는 1881년 프랑스 릴에서 열렸다. 4년마다 열린다.
아시아지역에서는 1937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제33차대회가 열렸고 1964년 인도 봄베이에서 38차 대회가 열렸다.
1893년 예루살렘대회 이래 교황이 참석하거나 대리특사를 교황청에서 파견하였다.
1964년 봄베이 대회와 1968년 클롬비아 보고타 대회에 교황 바오로6세가 참석했고 1985년 케냐 나이로비대회에 현 교황이 참석했다. 세계성체대회는 1874년 프랑스 아비뇽에서 타미지에 여사가 성체와 관련된 기적이 일어난 성지를 순례하자는 운동을 벌인데서 시작되었다. <임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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