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카카오페이 '오픈뱅킹'…수수료 무제한 무료 아니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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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뱅킹, 간편송금과 뭐가 다를까.

은행 애플리케이션(앱) 하나로 모든 은행계좌를 조회‧송금할 수 있는 오픈뱅킹 서비스가 18일 핀테크 기업 31곳까지 확대 실시되면서 생긴 의문이다. 핀테크 업계는 이미 여러 계좌를 등록해 한꺼번에 조회하고 송금하는 간편송금 서비스를 2015년부터 실시해왔다.

결론부터 말하면 핀테크 앱에선 오픈뱅킹 서비스 시작으로 크게 달라진 점을 찾을 수 없었다. 18일 기자가 직접 3개 간편송금 핀테크 앱(토스‧카카오페이‧핀크)을 통해 오픈뱅킹 서비스를 사용해봤다. 기자는 평소에도 회식비 등을 정산할 때 간편송금 서비스를 이용해왔다.

기존과 다른 점 거의 없어…오픈뱅킹 안내가 없는 앱도

핀테크 기업에도 오픈뱅킹 서비스가 확대 적용된 18일 오전, 기자의 휴대전화에 깔린 토스 앱에서 오픈뱅킹 서비스 출시 알림이 왔다.

핀테크 기업에도 오픈뱅킹 서비스가 확대 적용된 18일 오전, 기자의 휴대전화에 깔린 토스 앱에서 오픈뱅킹 서비스 출시 알림이 왔다.

이날 오전 10시쯤 휴대전화 속 토스 앱이 ‘오픈뱅킹 시작’ 알림을 띄웠다. 클릭해보니 공인인증서를 등록하면 인증서가 등록된 모든 은행 계좌를 한 번에 연결할 수 있다는 안내가 나왔다. 인증서를 등록하자, 한 화면에 사용 중인 모든 계좌가 떴다. 은행이 달라도 월 10회에 한해 수수료 무료로 송금이 가능했다.

그런데 이는 이미 기자가 지난 해 토스 간편송금 서비스에 가입할 때 거친 절차와 똑같았다. 결국 실제 앱 사용에선 달라진 점이 없었다.

카카오페이 앱은 오픈뱅킹에 대한 별도의 안내가 없었다. 토스와 마찬가지로 기존 간편송금 방식을 그대로 썼다. 카카오페이에선 공인인증서 대신 일일이 각 은행 계좌번호를 입력한 뒤, 해당 계좌로 카카오페이가 송금한 금액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계좌등록이 가능하다. 송금 수수료가 10회에 한해 무료인 점도 그대로였다. 다만 카카오페이 앱에서 KEB하나‧신한은행 등 일부 은행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즉시 계좌개설’이라는 서비스를 추가했다.

18일 핀테크 업체에 오픈뱅킹 서비스가 확대실시됐다. 기존 간편송금 서비스를 제공해오던 카카오페이 앱에서는 특별한 변화를 찾을 수 없었다.

18일 핀테크 업체에 오픈뱅킹 서비스가 확대실시됐다. 기존 간편송금 서비스를 제공해오던 카카오페이 앱에서는 특별한 변화를 찾을 수 없었다.

3개 앱 중엔 핀크에서 가장 많은 변화가 느껴졌다. 하나금융지주와 SK텔레콤의 합작사인 핀크는 당초 12개 은행(시중은행은 KEB하나은행만)에 한해서만 계좌 연동이 가능했지만, 이날부터는 오픈뱅킹에 참여하는 모든 은행 계좌를 연결할 수 있었다. 주거래은행 계좌번호를 입력해 계좌를 추가등록했다. 핀크의 경우 토스·카카오페이와 달리 횟수 제한없이 모든 계좌 간 무제한 무료송금이 가능했다. 이날 오픈뱅킹 출시에 맞춰 등록된 여러 계좌로 최대 1000만 원까지 한 번에 무료송금할 수 있는 ‘내 계좌 간 이체’ 서비스도 새롭게 출시했다.

18일 간편송금 서비스 앱 핀크에서 오픈뱅킹 서비스 출시에 맞춰 '내 계좌 간 거래' 서비스를 새로 출시했다.

18일 간편송금 서비스 앱 핀크에서 오픈뱅킹 서비스 출시에 맞춰 '내 계좌 간 거래' 서비스를 새로 출시했다.

어떻게 달라지나, 달라지긴 하나

그럼 대체 핀테크 기업에선 오픈뱅킹 서비스로 달라지는 게 뭘까. 업계에선 “향후 무료 송금 서비스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오픈뱅킹 서비스 실시로)핀테크 기업이 부담하는 수수료 비용이 10분의 1 수준(400~500원→40~50원)으로 절감돼 무료송금 건수 확대 등 소비자 혜택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외에도 기존 간편송금 서비스 이용고객의 데이터를 활용해 대출‧보험상담과 자산관리 서비스를 새롭게 출시하는 등 차별화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 해 8월말 금융감독원 조사에 따르면, 토스‧카카오페이는 전체 간편송금시장의 97%를 차지하고 있다.

은행 vs. 핀테크 기업, 치열해지는 경쟁

18일 핀테크 업체에 오픈뱅킹 서비스가 확대적용됐다. 기자가 기존에 사용하던 간편송금 서비스 앱 토스의 화면. 성지원 기자

18일 핀테크 업체에 오픈뱅킹 서비스가 확대적용됐다. 기자가 기존에 사용하던 간편송금 서비스 앱 토스의 화면. 성지원 기자

핀테크 기업들은 시중은행 움직임을 예민하게 지켜보고 있다. 은행업계가 오픈뱅킹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핀테크 기업들이 선점했던 간편송금 시장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월에 오픈뱅킹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시작한 국민‧신한‧기업은행은 수수료 부담이 있는 핀테크 업체와 차별화를 위해 ‘오픈뱅킹 등록 시 이체 수수료 무료’를 선언하기도 했다.

‘보유고객 수 + 축적된 데이터 + 높은 신뢰도’라는 강점을 가진 은행이 오픈뱅킹 사업에 뛰어들면서, 핀테크 업계도 차별화 전략을 고심 중이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기존 고객층이 두터운 카카오의 여러 서비스와 오픈뱅킹 서비스를 연동시키는 법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토스 관계자는 “핀테크 업체들은 이미 여러 은행을 아우르는 상품을 제공해온 기본기가 있는 만큼, 오픈뱅킹 시장에서도 선제적 서비스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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