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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가 흑석동 부동산 매입…군산 출마선언 날 입 연 김의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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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19일 오전 전북 군산시 군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내년 총선에서 고향인 군산에서 출마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뉴스1]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19일 오전 전북 군산시 군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내년 총선에서 고향인 군산에서 출마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뉴스1]

"(서울 흑석동) 저희 집을 산 게 (지난해) 7월 2일이다. 제가 그걸 상황이 벌어진 뒤에 알게 됐는데, 어찌 저희보다 하루라도 먼저 매입을 하게 된 (막내) 동생 집까지 알 수 있겠나."

김의겸 前대변인, 내년 총선 출마 선언 #동생도 투기 의혹…"둘째 제수씨 권유" #金 "고급 정보 아냐…난 뒤늦게 알아"

김의겸(57) 전 청와대 대변인은 19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에서 "둘째 동생의 부인이 흑석동에서 몇 년 동안 이른바 부동산 실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어디 어디에 매물이 있는지 잘 안다. 동서들끼리 '이걸 사는 게 좋겠다' 권유를 해 서로 비슷한 시기에 알아보고 계약을 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3월 부동산 투기 의혹 논란에 휘말려 사퇴했던 김 전 대변인은 또다시 비슷한 일로 진땀을 뺐다. 그가 지난해 흑석동 건물을 매입하기 전날 같은 동네에 막내 동생이 또 다른 재개발 건축물을 사들였다는 보도가 나와서다.

김 전 대변인은 이날 내년 총선에서 고향인 전북 군산에서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오전 10시와 11시 30분 각각 군산시청과 전북도의회에서 마련한 기자 회견을 통해서다.

하지만 출마 배경보다 '형제간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질문이 쏟아졌다. 김 전 대변인은 군산에서는 "오늘 오전 페이스북에 쓴 글로 갈음하겠다"고 답변을 회피했지만, 전북도의회에서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문자가 아닌 육성으로도 (그 문제에 대한 해명을) 듣고 싶은 시민들도 분명히 있다. 페이스북을 모르는 시민들도 많다"는 지적에 태도를 바꿨다.

그는 이날 "(해당 재개발 정보는) 미공개 정보나 고급 정보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걸 몰랐느냐에 대해 김의겸이 '전혀 몰랐다'고 말한 적은 없다. 제가 알았을 때는 (가계약하고 계약금이 가는 등) 상황이 많이 진전돼서 그걸 수습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페이스북 캡처]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페이스북 캡처]

김 전 대변인은 이달 초까지 '군산 출마설'이 계속 나왔지만, 그때마다 언론에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답변해 왔다. 그는 갑작스럽게 출마를 결심하게 된 계기로 '집 문제'를 1순위로 꼽았다.

김 전 대변인은 "그 전에 두세 차례 친구들 만나러 (군산에) 내려왔고, 출마를 권유받기도 했다. 그런데 그때까지는 심각하게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집 문제를 정면 돌파하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평생 제 꼬리표로 남아 있겠구나'라는 개인적인 생각,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도덕성, 또 이른바 586들을 공격하는 한 포인트로서 제가 자꾸 좋은 먹잇감으로 쓰이는 것을 보면서 일단 이 집을 매각하자는 결심을 했고, 그 후에 본격적으로 총선 출마 고민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전 대변인이 지역과의 '연결 고리'가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산이 고향이라고는 하지만, 태어난 곳은 경북 칠곡인 데다 고등학교(군산제일고) 졸업 후 대학(고려대 법대)과 직장(한겨레 기자) 생활은 줄곧 서울에서 했기 때문이다. 김 전 대변인도 "스무 살 이후 군산과의 인연은 희미하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물론 첫사랑과 죽마고우면 더 좋겠지만, 사회에 나가 맺어진 관계도 얼마나 배짱이 맞고 뜻이 맞느냐에 따라 훨씬 더 좋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군산과 그런 관계를 맺고 싶다"고 했다.

김 전 대변인은 민주당 경선에서 이미 출마 의사를 밝힌 신영대(51) 전 더불어민주당 군산지역위원장과 맞붙는다. 본선에서는 현역인 바른미래당 김관영(50) 의원이 기다린다. 세 사람 모두 군산제일고 동문이다.

다음은 취재진과 김 전 대변인의 주요 문답.

-청와대 대변인으로 있을 때 흑석동 (부동산) 문제가 있었고, 대변인 사퇴 후 군산 출마를 선택했다. 청와대나 민주당에서 출마 권유가 있었나.
"청와대와 당에 제가 아는 지인분들이 있고, 그분들과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러저러한 제 진로에 대해 고민을 같이하고 의견을 나눈 적은 있다. 그러나 청와대나 당의 공식적인 조율은 있을 수 없다. 총선에 출마하는 것은 한 사람으로서 단독적인 결단에 근거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제가 판단해서 출마했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 면죄부가 주어졌다고 생각하나.
"공직자로서, 청와대 대변인으로 중요한 자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불찰을 저질렀고 안일하게 판단했다. 그래서 국민께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 특히 집 없는 서민에게 상처를 줬다. 그래서 매각을 했고, 기부를 약속했다. 군산과 전북 제 고향 분들이 따뜻하고 너그럽게 품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출마하기 전까지 군산에 기여했다거나 친구 등과 계속 소통하고 있었나.
"스무 살 때 대학에 입학하면서 군산을 떠났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부모님이) 군산 금광동에 수십년간 살아 오셨고, 저도 일년이면 여러 차례 부모님 뵈러 군산에 왔다. 군산을 자주 찾아 보지는 못했지만, 너무 외지인 취급은 안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군산에 제가 한 것은 없다. 물론 첫사랑이나 죽마고우면 더 좋겠지만 사회에 나가서 맺어진 관계도 얼마나 배짱이 맞고 뜻이 맞느냐에 따라서 훨씬 더 좋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군산과 그런 관계를 맺고 싶다. 과거보다는 미래, 밀도 있고 폭넓게 관계를 맺어 나가면서 제가 과거에 맺지 못했던 인연들, 하지 못했던 일들을 더 집중적으로 해내고 싶은 마음이다."

-얼마 전까지 군산 출마설이 계속 나왔지만, 그때마다 언론에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답변했다. 군산 출마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그 전에 두세 차례 친구들 만나러 (군산에) 내려왔고, 그때 출마를 권유받기도 했다. 그런데 그때까지는 심각하게는 생각하지 않았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집 문제였다. 집 문제가 계속 사그라들지 않는 상황에서, 특히 지난번 분양가 상한제 같은 경우에는 크게 기사가 나가고 국토부에서 공식적인 해명 자료가 나가는 상황을 보면서 '이 문제를 정면 돌파하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그냥 제가 피한다고, 모른 척 눈 감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겠구나' '평생 제 꼬리표로 남아 있겠구나'라는 개인적인 생각,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도덕성, 또 이른바 586들을 공격하는 한 포인트로서 제가 자꾸 좋은 먹잇감으로 쓰이는 것을 보면서 일단 이 집을 매각하자는 결심을 먼저 했다. 그리고 집을 매각한 뒤에 '내가 그 뒤에 무엇을 할 건가'라는 고민, 본격적인 총선 출마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된 거다. 많은 분들은 총선 출마가 결심만 하면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처럼 권리당원 한 명 없고, 조직도 없고, 군산에서의 인연도 스무 살 이후로는 희미한 상황에서 도전을 한다는 게 사실 잘 엄두가 안 났다. 많은 고민을 한 끝에 어찌 보면 '해도 될 수 있을까' 타진해 보고, 저 스스로 마음을 굳혀 보는 시간이 필요했다."

-청와대 대변인이라는 직함만 가지고 총선에 나온다는 얘기도 있다.
"군산시민들께서 그런 직함 하나로 평가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가 마지막에 가졌던 명함이 대변인이지만, 철들면서 지금까시 살아왔던 삶이 있고, 그에 대해 알고 있는 시민들의 지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페이스북으로 (부동산 문제에 대한) 답변을 갈음하겠다고 했다. 기자회견을 하는 상황에서 문자가 아닌 육성으로도 듣고 싶은 시민들이 분명히 있다. 핵심 요지라도 직접 말해 달라. 페이스북을 모르는 시민들도 많다. 
"일단 (재개발) 정보라는 게 미공개 정보이거나 고급 정보가 아니다. 누구나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알 수 있는 정보다. 페이스북에 썼듯이 둘째 동생의 부인이 흑석동에서 몇 년 동안 이른바 부동산 실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어디, 어디에 매물이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재개발이라고 하는 건 공시를 하는 것 아니겠나. 그래서 모든 시민들이 저 지역이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고 알고 있고, 특히 그 매물들을 팔기 위해 부동산에서 인터넷 등에 광고를 하는 거다. 그런데 흑석동을 잘 아는 동서(둘째 제수씨)가 동서들끼리 '이걸 사는게 좋겠다' 권유를 하니, 권유를 받고 집을 산 것이다. 서로 비슷한 시기에 알아보고, 계약을 했다. 그걸 몰랐느냐에 대해 김의겸이 '전혀 몰랐다'고 말한 적은 없다. 제가 알았을 때는 상황이 많이 진전돼 그걸 수습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의미로서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 제가 끝까지 몰랐다는 말씀을 드린 건 아니다. 가계약을 하고, 계약금이 가는 단계단계가 있지 않겠나. 그 진행 과정에 알게 됐다는 거다. 저희 집을 산 게 (지난해) 7월 2일이다. 제가 그걸 상황이 벌어진 뒤에 알게 됐는데, 어찌 저희보다 하루라도 먼저 매입을 하게 된 동생 집까지 알수 있겠느냐.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 (그때는) 제가 청와대 대변인을 하고 있었다. 대변인은 새벽 4시부터 일어나서 밤 11시, 12시까지 눈코 뜰 새 없이 일하는 자리다. 토요일·일요일도 없이 일했다. 제가 그래서 놓쳐버린 점에 대해 너무나 가슴 아프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김 전 대변인이 지난해 7월 25억 7000만원에 매입한 건물은 지난 5일 34억 5000만원에 매각됐다. 1년 5개월 사이 8억 8000만원의 시세 차익을 얻은 셈이다. 이에 그는 "선거 기간에 기부하면 법에 저촉될 수 있다"며 "논란이 되지 않게 원만하게 할 수 있는 시기에 (매각)하겠다. 약속은 지키겠다"고 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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