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사진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오후 전용 헬기 '마린 원'에 올라 백악관을 떠났다.
자신의 재선 선거 유세를 하기 위해서다.
이런 일정은 매일 반복된다.
트럼프는 마린 원으로 향하며 취재진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고 주먹을 불끈 쥐기도 했다.
얼굴은 애써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이날 의회에서는 그의 탄핵안의 표결이 진행되었다.
미국 연방 하원은 이날 본회의를 열어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에 돌입했다.
탄핵안이 통과되면 트럼프는 앤드루 존슨, 빌 클린턴에 이어 미 의회 역사상 세 번째로 탄핵당한 대통령으로 기록된다.
탄핵 사유는 권력 남용, 의회 방해 두 가지다.
권력 남용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 도중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를 무기로 자신의 정적인 민주당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뒷조사를 압박했다는 것이다.
의회 방해는 하원의 탄핵 조사를 방해했다는 내용이다.
두 혐의에 대해 하나만 통과돼도 상원 탄핵심판이 열리게 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탄핵안이 통과될 것으로 봤다.
이날 현재 탄핵에 찬성하는 의원은 218명, 반대하는 의원은 198명으로 집계했다.
탄핵안이 가결되기 위해선 하원 재적의원 431명 중 과반, 즉 216명 이상 찬성표가 필요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하원의 탄핵소추를 받더라도 상원의 탄핵 심판 절차를 거쳐 실제 탄핵당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공화당이 다수인 데다 공화당 지도부는 상원에서 부결시키겠다고 공언해 왔기 때문이다. 상원 의석 분포는 공화당 53석, 민주당 45석, 무소속 2석이다. 과반 찬성인 하원과 달리 상원은 3분의 2인 67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재선 유세장으로 떠나는 트럼프가 여유를 부리는 이유일까?
그러나 의회에서 자신의 탄핵안이 표결에 부쳐지는 것이 즐거울 리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처음부터 엉터리였다"고 주장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민주당이 쿠데타를 기도하고 있다"며 공격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 문장이 새겨진 전용헬기 마린 원에 오르고 있다.
이날 그가 대통령의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의회에서는 탄핵안 표결이 진행된다.
지난 2월 초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를 방문했을 때의 모습이다.
상하 양원 합동 회의에서 연두 국정 연설을 하기 직전,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뒤에 서 있는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을 바라봤다. 펠로시 의장은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냈지만, 존경의 마음이 담겨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비틀린 입술, 흘겨보는 듯한 눈길에서 불길한 기운을 미리 읽었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최정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