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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범 미사일슛에 일본 혼쭐, 동아시안컵 3연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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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일본을 꺾고 동아시안컵 3연패를 이끈 한국축구대표팀 주장 김영권(가운데)이 우승트로피를 들고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일본을 꺾고 동아시안컵 3연패를 이끈 한국축구대표팀 주장 김영권(가운데)이 우승트로피를 들고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벤투 황태자’ 황인범(23·밴쿠버 화이트캡스)이 ‘미사일 슈팅’으로 일본을 격침시켰다. 동아시안컵 3연패에 앞장섰다.

한국 1-0 일본, 무실점 전승 우승 #그간 부진 털고 MVP로 환골탈태 #‘96년생 동기’ 김민재는 베스트DF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은 18일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일본과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3차전에서 전반 황인범의 선제골을 잘 지켜 1-0으로 이겼다.

한국은 3승(승점9)을 기록, 일본(2승1패·승점6)을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2015년과 17년에 이어 대회 3연패이자 통산 5번째 우승. 대회 역사를 통틀어 사상 첫 전승 우승이자 사상 첫 개최국 우승이다. 일본전 2연승과 함께 상대전적에서도 42승23무14패로 앞서갔다.

승부를 가른 득점포는 전반 28분에 나왔다. 황인범이 아크 왼쪽에서 수비수를 따돌리고 벼락같은 왼발 중거리 슈팅을 쐈다. 공은 미사일처럼 빠르게 날아가 상대 골대 왼쪽 구석에 꽂혔다. 황인범은 일본 원정응원단과 한국팬들이 섞여있는 응원석 앞으로 달려가 유유히 걷는 ‘산책 세리머니’를 펼쳤다.

일본전 골을 터트린 뒤 원정응원석으로 달려간 황인범은 산책 세리머니를 펼쳤다. 2010년 박지성과 지난해 황희찬이 펼친 세리머니를 재현하려했는데, 한국관중들도 섞여있어 하트 세리머니도 함께했다. [연합뉴스]

일본전 골을 터트린 뒤 원정응원석으로 달려간 황인범은 산책 세리머니를 펼쳤다. 2010년 박지성과 지난해 황희찬이 펼친 세리머니를 재현하려했는데, 한국관중들도 섞여있어 하트 세리머니도 함께했다. [연합뉴스]

황인범은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속시원한 득점포와 함께 황인범은 오랜 마음 고생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지난 1월 베테랑 미드필더 기성용(30·뉴캐슬)이 대표팀에서 은퇴한 뒤 황인범은 ‘기성용 후계자’로 각광 받았다. 황인범은 1월 아시안컵이 끝난 뒤 미국프로축구 밴쿠버로 이적했다. 하지만 기대만큼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대표팀에서 기성용의 역할을 제대로 대체하지도 못했다. 한국을 이끄는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은 지난 15일 중국과 2차전(1-0승) 직후 ‘황인범을 왜 계속 쓰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공격과 수비 모두 이렇다 할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한 황인범은 축구 팬들 사이에서 ‘국민 욕받이’ 신세였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실속 없는 점유율 축구’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황인범을 중용했다. 지도자의 믿음에 선수도 달라진 경기력으로 응답했다. 홍콩과 1차전(2-0승) 득점포에 이어 일본전에서 자신의 A매치 3호골을 터트리며 우승에 앞장섰다.

두 팀 모두 최상의 전력은 아니었다. 한국은 손흥민(토트넘) 등 유럽파가 불참했다. 일본은 내년 도쿄 올림픽 본선에 대비해 23세 이하 선수들로 엔트리를 짰다. 하지만 한일전 특유의 치열한 분위기는 여전했다. 중앙수비수 김민재(23·베이징 궈안)가 공수에서 ‘괴물’ 같은 활약을 보여줬다. 전반 9분 타점 높은 헤딩 슈팅이 상대 크로스바를 때렸고, 수비 지역에서는 상대 공격 시도를 차분히 막아냈다. 김민재는 대회 베스트 수비수에 뽑혔다. ‘96년생 콤비’ 황인범과 김민재가 우승을 합작했다.

중국-홍콩전에 앞서 중국 국가가 흘러나오자 홍콩 팬들이 뒤돌아섰다. 홍콩 팬들은 ’We are Hongkong(우리는 홍콩)“을 연호하며 ‘Hongkong is not China(홍콩은 중국이 아니다)’‘光復香港(광복홍콩)’이라 쓰인 플래카드를 펼쳐보였다. [연합뉴스]

중국-홍콩전에 앞서 중국 국가가 흘러나오자 홍콩 팬들이 뒤돌아섰다. 홍콩 팬들은 ’We are Hongkong(우리는 홍콩)“을 연호하며 ‘Hongkong is not China(홍콩은 중국이 아니다)’‘光復香港(광복홍콩)’이라 쓰인 플래카드를 펼쳐보였다. [연합뉴스]

이날 한국-일본, 중국-홍콩이 각각 맞붙었다. 네티즌은 대회 참가국 사이의 반목과 대립이 치열한 분위기 속에서 펼쳐진 대결에 대해 ‘이 시국 매치’라는 별명을 붙였다. 쌀쌀한 날씨에도 한일전을 지켜보기 위해 2만9252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냉각된 양국 관계와 달리 두 나라 축구팬들은 췌장암 투병 중인 유상철(48) 감독을 한 마음으로 응원했다. 일본측 관중석에는 ‘할 수 있다. 유상철 형!’이라 적힌 한글 걸개가 등장했다. 유 감독은 현역 시절 일본 J리그 요코하마에서 뛸 때 ‘형님 리더십’을 선보여 ‘아니키(형)’라는 별명을 얻었다.

부산=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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