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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초유의 이사회 의장 구속···이재용 경영구상 헝클어졌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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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조원들이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1심 판결 선고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조원들이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1심 판결 선고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상훈(64)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17일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법정구속 됨에 따라 삼성전자는 불명예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사회 의장은 사내·외 이사가 모인 가운데 주요 경영 안건을 결정하는 이사진 수장이기 때문이다. 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이사회 중심 경영체제 구상도 헝클어지게 됐다. 이날 1심 선고 공판에서는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을 지낸 이상훈 의장을 비롯해 경찰 출신 강경훈 부사장(인사담당 임원) 등 임원 4명이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

1심서 26명 실형, 사내 이사도 3명만 남아  

우선 이번 판결로 삼성전자의 연말 정기 인사에서 임원 교체 규모가 많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모두 26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고, 그중에는 삼성전자 인사팀장을 지낸 현직 임원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보통 12월 첫째 주에 하던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는 이번 재판 때문에 지금까지 진행되지 않았다. 삼성 주변에선 이상훈 의장의 자리를 당분간 공석으로 둘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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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이사회 중심 경영'도 차질 불가피 

이사회도 위기에 처했다. 이사회는 전문 경영인을 견제하고 중요 의사 결정을 의결한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사회 의장이 구속되면서 사내 이사가 석 달 만에 5명에서 3명으로 줄었다. 지난 10월 이 부회장이 3년 임기가 끝나자 등기이사 재선임을 포기했다. 내년 3월 정기 주총은 이사회 의장이 아닌 대표이사가 진행하기 때문에 관계없지만, 삼성이 당초 계획했던 이사회 중심 경영은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재용(51) 부회장은 과거의 미래전략실 대신 상법에 명시된 이사회 중심 경영으로 의사결정 구조(거버넌스)의 변화를 꾀해왔다.

삼성전자 이사회 구성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삼성전자 이사회 구성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상훈 의장 역시 대표이사가 아닌 등기이사가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된 첫 사례다. 3년 전인 2016년 3월 삼성전자가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기로 사내 정관을 변경한 결과다. 현재 삼성전자 사외이사로는 벨 연구소 사장을 지낸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이 포함돼 있다.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만 하더라도 집행 임원(사내임원)은 한 명, 팀 쿡 CEO뿐이다. 사외이사 7명이 CEO의 경영 실적을 관리·감독하는 구조로 이들은 한때 고 스티브 잡스를 애플에서 쫓아내기도 했다. 현재 애플의 이사회 의장은 구글 계열의 바이오 업체 칼리코의 CEO 아서 레빈슨이다.

사법부 “준법감시제도 실효적 방안 제시해달라”  

삼성전자는 현재 또 다른 숙제도 사법부로부터 받은 상태다. 이 부회장의 최순실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는 지난 6일 박근혜 정부(2013~2017년) 당시 삼성의 준법의식을 언급하며 “또 다른 정치권력에 의해 향후 똑같은 뇌물 요구를 받더라도 기업이 응하지 않을 수 있는 삼성 차원의 답을 다음 기일까지 제시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뇌물공여 등 파기환송심 3회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뇌물공여 등 파기환송심 3회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파기환송심 1차 공판 때도 정 부장판사는 “미국 연방 양형기준 제8장과 준법감시제도를 참고해달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1981년 제정된 미 연방 양형기준 제8장은 기업 구성원이 범죄에 연루될 경우, 준법감시제도를 철저히 도입해 제대로 운영하고 있는지에 따라 재판부가 감형해주는 법이다. 김화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많은 대중이 지켜보고 있는 사건을 맡은 재판부가 이례적 발언을 한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선진적 준법감시제도를 도입하는 것 그 자체로도 기업의 부정부패 총량이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파급력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법무실 등을 중심으로 영미식 준법경영(컴플라이언스) 기준을 연구 중이다. 현재 삼성전자 법무팀장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출신 김상균(61·연수원 13기) 사장이 맡고 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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