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1단계 합의 약발 오래 못 가…"코스피, 내년 2분기에 꺾일 것"

중앙일보

입력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이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이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주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 소식에 코스피가 1% 넘게 올랐다. 하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산재해 내년 국내증시가 녹록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지표 개선 효과는 내년 1분기까지 #1단계 관세 철회도 시장 기대 못 미쳐 #2단계 협상 대선에 활용하면 불확실성 확대 #사우디 아람코 MSCI 편입, 국내증시엔 악재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16일 “경기둔화 우려와 미·중 2단계 협상 불확실성으로 국내증시는 내년 1분기를 고점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1단계 합의로 글로벌 심리지표가 개선된 점은 단기적으로 국내증시에 호재지만, 미·중 협상 불확실성이 다시 부각될 내년 2분기 이후부터 국내증시가 조정에 들어갈 것이란 얘기다.

서 연구원은 1단계 합의 내용을 뜯어봐도 미국의 대중 관세 철회가 시장 기대만큼 화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부과됐던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상품에 대해 25% 관세율이 유지되고, 지난 9월에 부과된 1200억 달러 어치에 대한 15% 관세를 7.5%로 내리는 데 그쳤다”고 강조했다. 전반적으로 양측이 어려운 문제를 미루는 정도에 그쳤고, 향후 중국이 미국산 제품 구매 등을 주저할 경우 미국이 즉시 관세를 부과할 여지가 매우 높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도 “트럼프 대통령이 2단계 무역협상을 대선에 활용할 계획이어서 크고 작은 충돌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하나의 불확실성 포인트인 브렉시트 이슈에 대해서도 “내년 1월 31일 전에 ‘순조로운’ 브렉시트에 합의해도 새로운 무역협상과 미래관계 설정을 내년 말까지 끝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밝혔다.

관세 철회 정도에 그친 1단계 합의에 비해 2~3단계 합의는 난이도가 높아 글로벌 경기회복 같은 큰 성과로까지 이어질 지도 미지수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과 중국이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이슈인 지적재산권 및 기술이전 강요, 중국의 보조금 지급 금지 등 2~3단계 무역협상은 합의되기가 쉽지 않다”며 “따라서 1단계 합의가 최종 서명에 이르기까지도 불확실성이 있는 가운데 2~3단계 협상 타결 기대는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1단계 합의가 내년 세계경제 성장세 확대의 충분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무역분쟁의 재발 우려가 완전히 해소돼야 하는데 이에 대한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가총액 기준 세계 최대 기업으로 등극한 사우디 아람코가 17일 MSCI(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 신흥시장 지수에 편입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증시에서 수천억원이 빠져나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코스피가 하락 압력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MSCI 신흥시장 지수에 중국 A주가 추가 편입되면서 국내증시에선 21일 연속 외국인의 순매도가 이어지기도 했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