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 뭉쳤다 총선 앞두고 결별…유승민·안철수 사이엔 장강이 흘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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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통합추진위 공동대표(오른쪽)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지난해 2월 오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출범대회'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안철수 통합추진위 공동대표(오른쪽)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지난해 2월 오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출범대회'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치에선 ‘1+1=2’인 건 아니다. 때론 0이 될 수도 있다.

유, 한국당과 경쟁·협력 갈림길 #안, 당 복귀·제3지대 신당 저울질

1년여 전 “광야에서 쓰러져 죽을 수도 있다는 결연한 심정”이라던 안철수 전 대표와 “이 죽음의 계곡을 건넌다면”이라던 유승민 의원이 만나 바른미래당을 꾸렸다. 대선에서 진 두 패장이 서로 의탁했다. 각자 질주하는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 사이에서 둘의 합(대선에서 안 21.4%, 유 6.8%)이 유의미한 제3 세력이 되리라 기대했다. 이른바 ‘시너지’다.

이제 두 사람이 사실상 결별한다. 12일 바른미래당의 변혁(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이 신당 당명으로 ‘새로운보수당’을 결정했다. 유승민계가 주축이다. 다음날 안 전 대표의 측근인 김도식 전 비서실장이 기자들에게 “안 전 대표는 새보수당에 불참 의사를 밝혔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사실 두 사람은 출발부터 껄끄럽긴 했다. 대화나 타협보다 자기 의견이 분명한 정치인들이어서다. ‘합리적 개혁’(안)과 ‘합리적 보수’(유) 사이엔 장강(長江)이 흘렀다. 둘을 잘 아는 정치권 인사는 “유 의원은 보수의 단일후보가 되고 싶어했고 안 전 대표는 아무도 안 가본, 제3의 후보가 되고 싶어했다”고 요약했다. 이어 “안 전 대표 주위는 보수는 절대 안 된다는 의견이 강했다”고 했다.

유 의원은 앞으로 보수의 정체성으로 움직이게 될 터이다. 황교안 대표의 교조적 리더십 아래 ‘소리 없는 아우성’이 이어질 자유한국당과 경쟁할지, 종국엔 협력할지 갈림길에 서 있다.

안 전 대표는 좀 더 미묘하다. 정치적 휴지기를 이어갈 수도, 유승민계가 빠져나간 당에 복귀할 수도, 제3지대의 신당을 만들 수도 있다. 그와 가까운 한 의원은 “국민의당 때 중진들에 휘둘렸다는 생각이 강하다. 자신의 생각과 컬러대로 개혁할 여건이 된다면 총선 전에 돌아올 수도 있다”고 했다.

둘은 다시 홀로 섰다. 그러나 더 곤궁해졌다.

고정애 정치에디터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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