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이미지 회복으로 3년 내 1등 탈환한다”…피자헛 김명환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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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피자헛의 구원투수로 합류해 취임 4개월을 맞은 김 대표를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구 피자헛 본사에서 만났다. [사진 한국피자헛]

지난 8월 피자헛의 구원투수로 합류해 취임 4개월을 맞은 김 대표를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구 피자헛 본사에서 만났다. [사진 한국피자헛]

“브랜드 이미지 회복으로 3년 내 1등 탈환한다.”
한국피자헛 김명환 대표의 말이다. 1985년 이태원점 시작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한 피자헛은 20년 넘게 피자 업계 1위 자리를 유지했다. 그러다 피자 업계 경쟁 심화, 가맹점과의 갈등이 불거지며 추락했다. 피자헛은 지난해 가맹본부 매출 기준으로 도미노피자와 미스터피자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피자헛은 위기 타개를 위해 김 대표를 영입했다. 지난 8월 피자헛의 구원투수로 합류해 취임 4개월을 맞은 김 대표를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구 피자헛 본사에서 만났다.

- 피자헛의 추락 원인은.
“무엇보다 브랜드 이미지 훼손이다. 피자헛의 제품력은 유지됐지만, 가맹점과의 분쟁이 시작되면서 이미지가 하락했다. 본사의 행정지원을 대가로 가맹점에 징수하는 어드민피(Administration Feeㆍ가맹점 서비스 수수료)와 10년 이상 가맹점의 재계약 조건 등에 대한 의견 차이로 갈등을 겪으면서다. 내홍을 겪으면서 매장 위주의 고가 프리미엄 전략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 사이 경쟁사는 배달 중심의 마케팅 정책을 펼치면서 피자헛을 앞서나갔다.”

- 취임 100일이 넘었다. 가장 신경 쓴 부분은.
“가맹점과의 상생이다. 10월부터 양평, 인천, 서울, 수원, 대구, 창원 등 전국을 돌며 가맹점주를 직접 만나는 가맹점 포럼을 7번 진행했다. 현장의 가맹점주 목소리 경청에 공들였다. 가맹점은 고객과 피자헛이 만나는 최전선에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고충 해결이 브랜드 이미지 회복으로 이어진다고 믿었다.”

지난달 한국피자헛과 가맹점 사업자가 체결한 상생협약식. 이 협약을 통해 5년 동안의 본사와 가맹점의 갈등이 봉합됐다. [사진 한국피자헛]

지난달 한국피자헛과 가맹점 사업자가 체결한 상생협약식. 이 협약을 통해 5년 동안의 본사와 가맹점의 갈등이 봉합됐다. [사진 한국피자헛]

김 대표는 지난달 전국 320개 가맹점 사업자 대표의 동의를 얻어 상생협약을 했다. 매년 20억원 이상 본사가 징수하던 어드민피를 내년 1월부터 전면 폐지하고, 계약 기간이 10년 넘는 가맹점에 대해서도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신규계약을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김 대표는 상생 협약식에서 “프랜차이즈 본부가 수행하는 업의 본질은 고민 대행업”이라며 “가맹점이 가진 고민에 대해 본사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지속해서 제안하겠다”고 했다.

- 취임 후 직원에게 피자헛다움을 강조했다. 피자헛다움이란.
“‘함께 즐겨요. 피자헛’이란 슬로건이 바로 피자헛다움이다. 피자헛은 젊은 소비층이 파티 등에서 함께 즐길 수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지금은 이 명확한 이미지가 흐려졌다. 그래도 여전히 각종 소비자 조사에서 피자헛은 1등을 유지한다. 마켓 셰어는 빼앗겼지만, 마인드 셰어는 여전히 1등이란 의미다. 피자헛다움이란 이미지 회복이 급선무다.”

- 중저가 피자 라인을 론칭했다.
“소비 트렌드에 변화에 따른 전략이다. 기존 프리미엄 피자 라인에 초저가 피자 라인을 추가해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혔다. 1만 900원짜리 메가 크런치는 젊은 층 사이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피자라는 입소문을 타고 있다. 피자헛 주문의 40%가  메가크런치일 정도로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김 대표는 20여년 동안 외식업에 몸담았다. 그는 2001년 도미노피자에 입사하면서 피자 업계와 인연을 맺었다. 도미노 피자에서 방문 포장 할인 개념을 처음 도입하면서 도미노피자가 업계 1위로 올라서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 이 박에도 한솥 사업총괄 전무, 청오에프에스 대표이사를 거쳐 지난 5월까지 본아이에프 대표이사로 활동했다.

- 다시 피자 업계로 돌아왔다.
“10년 전 피자 시장 규모는 1조 7000억원에서 현재 1조 5000억원으로 떨어졌다. 이에 반해 치킨 업계는 2조원에서 4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피자 시장 파이를 더 키우는 것이 목표다. 고객이 피자를 더 즐기게 해야 한다. 피자 업계는 그동안 변화를 두려워했다. 할인 경쟁만이 아닌 저렴한 피자나 다양한 TPO(TimeㆍPlaceㆍOccasion, 시간ㆍ장소ㆍ상황)를 고려한 제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 목표는.
“피자헛은 2000년대 초반 스타벅스와 같은 위치였다. 과거의 모습을 되찾을 것이다. 외식 환경과 소비자 니즈 변화에 따라 고객지향적 미래식당 경험 제공이란 목표를 세우고 배달의 민족과 MOU도 체결했다. 배달의 민족의 첨단 기술을 배달, 운영 등에 적용해 선진화된 외식 경험을 고객에게 제공할 것이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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